리플 공동창립자인 크리스 라슨(Chris Larsen)이 최근 보유 중이던 리플(XRP) 5,000만 개를 매도했다. 이는 약 1억 6,680만 달러(약 2,324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단 한 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번 매각은 라슨이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XRP를 대규모 처분한 사례로 주목된다.
이같은 대규모 매도는 리플 생태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건이지만, 시장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XRP 가격은 24시간 기준으로 단 2.5% 상승하는 데 그쳤고, 전체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의 움직임 역시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형 매도에도 불구하고 XRP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매도는 또 다른 중대한 소식과 시점을 같이 한다. 리플의 지원을 받은 기업 에버노스(Evernorth)가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스팩 파트너는 아르마다 애퀴지션(Armada Acquisition Corp.)이며, 에버노스는 이 거래로 최대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금 자금은 XRP 매입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에버노스의 재무 전략과 기업 공개 로드맵은 전적으로 리플과 XRP의 기반 위에 구축돼 있다.
에버노스는 일본 금융 대기업 SBI홀딩스를 포함한 자금 지원도 확보한 상태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SBI 외에도 크라켄, 판테라 캐피털 등 주요 암호화폐 기관이 참여해 총 2억 달러(약 2,780억 원)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설립한 XRP 재무기금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라슨의 매도를 단순한 차익 실현 이상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가격 반등 기대감이 높았던 상황에서의 대규모 매도는 XRP 향후 전망에 신중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슨의 의도와 시장의 실질적 반응 사이의 간극은 리플 생태계가 당면한 과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XRP 매수에 집중된 기업 전략과 주요 투자자의 정반대 행보는 시장 내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요소다. 결국 이번 사건은 XRP의 기관 투자 확대와 실제 보유자의 투자 행태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