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장기적 가치에 대한 신념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블랙 스완 캐피털리스트(Black Swan Capitalist) 설립자인 버산 알자라(Versan Aljarrah)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스팅을 통해 XRP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고파는 ‘투기성 자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XRP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미래를 뒷받침할 ‘디지털 담보’로 정의하며, 보유자가 현금화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버산은 XRP가 탈중앙화 금융 패러다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플은 오래전부터 국경 간 송금 등 국제 금융 거래를 빠르고 저렴하게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XRP는 이러한 역할에 최적화된 자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XRP는 단순히 매도하는 자산이 아닌, 전환기 금융 질서의 기축 디지털 자산”이라며, “지금은 다른 암호화폐에서 수익을 낸 뒤 금, 은, 부동산 등 실물 자산으로의 이동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버산의 의견에 동의하며 XRP를 일상 결제용이 아닌 장기 보유 대상 혹은 체제 대체 기반 자산으로 인식했다. 이들은 XRP를 단지 송금 수단이 아니라, 기존 ‘빚 기반’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는 흐름에서 핵심적인 디지털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물 사용성과 관련해서는 다소 엇갈린 분위기가 감지된다. XRP의 결제 사용량은 최근 몇 달 새 급감했다. 8월 초 기준 75만 건이 넘던 월간 결제 건수는 9월 8일 기준 22만 1,000건으로 무려 70%나 감소한 바 있다. XRP 사용이 줄어든 이유로는 실물 결제보다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인식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프로 암호화폐 변호사로 잘 알려진 빌 모건(Bill Morgan)도 XRP를 활용해 직접 결제를 진행한 사례를 밝히며 실물 사용성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켰으나, 실제 결제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RP의 가격 흐름은 반등세를 타고 있다. 10월 10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을 강타한 급락 이후, XRP도 한때 2.20달러(약 3,058원)까지 떨어졌으나, 현재는 2.47달러(약 3,434원)까지 회복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도 14.3% 증가한 35억 4,000만 달러(약 4조 9,206억 원)를 기록하며 매수세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리플 생태계 내에서의 긍정적 움직임도 가격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리플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는 XRP 특화 펀드 ‘에버노스(Evernorth)’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해당 펀드는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를 모금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SBI홀딩스와 팬테라 캐피털, 크라켄 등이 후원에 나선 상태다.
버산의 발언은 단순한 투자 전략을 넘어, XRP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과는 다른 길을 걸을 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는 XRP가 채권 기반 화폐 체제의 대안으로 작동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 새로운 논의는 XRP를 본격적으로 디지털 금융 인프라 자산으로 인정하자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앞으로 XRP가 ‘결제 수단’에서 ‘제도 외 담보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