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자유가 지배하고 “정부”라는 악이 제압당한 세상은 완벽한 자유의 공간일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파고든 새 다큐멘터리 ‘코드는 법이다(Code is Law)’가 10월 21일 애플TV+,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유튜브 무비에서 공개된다. 감독 제임스 크레이그는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었던 두 건의 해킹 사건을 조명하며, 코드를 절대적인 원칙으로 여겨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해킹 기술이나 범죄 수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커들의 세계관과 신념, 그리고 암호화가 지닌 철학적 함의를 탐색한다. 감독은 단호한 시선을 유지하며 ‘코드가 진짜 법인가’라는 주제를 중심에 둔다. 작품은 암호화폐 이용자뿐 아니라 우리가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 전반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첫 번째 사례는 2014년 발생한 마운트곡스(Mt. Gox) 거래소 해킹이다. 당시까지 세계 최대 비트코인(BTC)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는 해킹으로 약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815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잃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이는 디지털 자산 산업계 전체에 경각심을 안긴 계기가 됐다.
두 번째 사건은 2016년의 유명한 ‘더 다오(The DAO)’ 해킹이다. 이더리움(ETH) 생태계 초창기에 가동된 첫 번째 탈중앙화 자율조직인 DAO는 스마트 계약 기반으로 운영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사용자 자금 약 6,000만 달러(약 834억 원)가 탈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해킹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코드가 법이다’라는 이상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사건들의 표면을 넘어, 그것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꿈꾸는 이상 세계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익명성과 자율성, 정부의 개입 없이 운영되는 경제 생태계를 실현하려는 시도는 흥미로우면서도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과연 모든 것을 코드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현재, 보다 느슨한 정부 개입과 자유 시장의 확대를 주장하는 정치 담론과 맞물리며,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한층 더 시사적이다. 결국 '자유'란 이름 아래에서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전가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