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새로운 제로 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프로토콜 ‘GKR(골드워서–칼라이–로스블룸)’을 공개했다. 이 프로토콜은 복잡한 연산 과정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이더리움 생태계 전반의 확장성과 비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테린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GKR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며, 기존 STARK 기반 시스템들이 연산 중간 단계마다 수백 번의 해시 연산을 요구하는 반면, GKR은 입력값과 출력값에만 집중해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연산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이 대폭 감소하며, 프로토콜 전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핵심 기술은 ‘썸체크(sumcheck)’라는 수학적 검증 기법으로, 전체 데이터 셋이 아닌 무작위로 선택된 몇 개의 지점만을 비교해 계산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한다.
비록 GKR 자체에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내장돼 있지 않지만, 기존의 ZK-SNARK나 ZK-STARK 시스템과 결합할 경우 완전한 암호학적 프라이버시 제공이 가능하다. 부테린은 특히 수백만 건의 포세이돈(Poseidon2) 해시 연산을 병렬로 증명하는 예제를 통해 GKR의 활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트랜잭션 처리뿐 아니라 인공지능 분야의 추론 결과 증명 등 다양한 용도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론적으로 GKR은 기존 STARK 시스템 대비 최대 15배의 효율을 가져올 수 있으며, 실험 결과에서도 약 10배 가까운 성능 향상이 확인됐다. 이는 고사양 하드웨어나 대규모 인프라 없이도 복잡한 암호 연산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주며, ZK 롤업 기반 블록체인 기술의 기반을 한층 견고하게 한다.
부테린의 이번 시도는 최근 그가 에티리움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최소 구성 zkVM 구현을 시도 중인 ‘Lean 이더리움 팀’을 극찬했던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최근 이더리움의 45일 언스테이킹 대기 제도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며, 장기적인 네트워크 안정성과 신뢰성을 단기 편의성보다 우선시하는 철학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철학이 GKR에도 그대로 배어 있는 셈이다.
GKR의 등장으로 향후 이더리움 기반 ZK 롤업과 다양한 제로지식 응용 분야는 더욱 빠르고 저렴하며, 확장 가능한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동시에 블록체인 외부의 기계 학습이나 일반 연산 검증 시스템에서도 이 프로토콜의 도입 가능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