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마련에 나서며 글로벌 크립토 허브 도약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 규제 일정은 2027년 10월로 못박혔고, 기존의 산발적인 규제 기조에서 완전한 시장 구조 체계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이번 주 암호화폐 거래소, 스테이킹 서비스, 대출 플랫폼, 탈중앙화 금융(DeFi) 등 주요 시장 영역을 아우르는 포괄적 규제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영국 재무부가 단행한 2차 입법 조치의 연장선이며, 암호화폐 활동을 기존 금융서비스 프레임워크에 공식 편입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목표 시행일은 2027년 10월 25일이다.

이번 규제 초안은 무려 약 7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시장 구조 전반을 규정하고 있다. 크라켄의 영국 정책 책임자이자 영국암호자산기업협의회 의장인 페리 스콧은 이를 두고 “정책 애호가에게는 조기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셈”이라며 “산업은 이제 ‘대기’ 단계에서 ‘준비’ 단계로 도약했다”고 강조했다.

‘산발적 규제’에서 ‘완전 시장 구조’로 전환

영국은 그동안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이나 금융 홍보에 국한된 규제 수준에서 암호화폐 산업을 다뤄왔다. 하지만 이번 규제 초안은 암호화폐 거래 및 서비스를 전통 금융 수준의 일관된 틀 안에 두는 역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페리 스콧은 “이번 상담(콘설테이션)은 구체적인 시행 일정을 포함하고 있어 단순한 방향 제시를 넘어선 실질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규제 프레임워크는 거래소 운영 방식, 유동성 접근 구조, 사용자 보호 등 시장 전반의 재편을 요구한다. FCA는 암호화폐 시장의 ‘글로벌성’도 적극 반영했다. 스콧은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접근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거래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며 FCA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테이킹’에 대한 독자적 규제 모델 도입

영국은 올해 초 주요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스테이킹 서비스를 기존 금융 규제로부터 분리한 바 있다. 이번 규제안에서도 스테이킹은 독립적인 요건으로 관리된다. 스콧은 이를 “세계적인 선도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기존 금융 상품과 다른 리스크 구조를 갖는 스테이킹에 전문화된 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 보호와 기술 혁신 균형을 함께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테이킹은 사용자가 특정 암호화폐를 네트워크에 예치해 블록체인 운영에 기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구조다. 기술 복잡성이 높은 만큼 규제상의 명확성은 산업 성장에 필수적 요소다.

규제 확실성이 가져올 산업 변화

규제 제안은 내년 2월 12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스콧은 “영국 기업들은 규제 확정을 기다리기보다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며 “이런 명확한 방향 제시는 컴플라이언스, 법무, 기술 부문에 수백, 수천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은 유럽연합(EU)의 ‘MiCA(가상자산 시장법)’ 체계와 미국 내 규제 전환 흐름 사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번 규제 초안의 구체성과 독자성이 영국을 ‘글로벌 크립토 허브’로 발전시킬지 여부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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