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비자(Visa)와 스테이블코인 기반 금융서비스와 인공지능 결제 모델을 공동 검증한다.
신한금융은 26일 비자와 디지털자산을 비롯한 미래 금융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크리스 뉴커크(Chris Newkirk) 비자 사장과 만나 협약에 서명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4월 양사 경영진이 논의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비자의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활용해 발행, 송금, 상환 등 핵심 기능을 검증하고 국내 금융환경에 맞는 한국형 사업모델을 공동 설계할 계획이다.
협력 범위에는 카드 대금 정산 등 금융서비스에서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포함됐다. AI 기반 미래 결제 모델 구현,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결제 사업 확대도 함께 다룬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제주은행 등 주요 자회사 역량을 비자의 네트워크·기술과 결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 차원의 협력이 은행·카드·지역은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기술 검증보다 범위가 넓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비자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디지털 금융 전반으로 확장하게 됐다”며 “비자와 새로운 미래 금융 모델을 함께 설계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금융 경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협약의 초점은 스테이블코인을 투자상품이 아니라 결제·송금·정산 인프라로 시험하는 데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결제와 송금, 기업 간 정산에서 활용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비자는 7월 16일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Visa Stablecoin Platform·VSP)을 공개했다. 비자는 해당 발표에서 금융기관, 핀테크, 결제 사업자가 한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접근·보관·상환·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초기 지원 자산은 오픈USD(Open USD·OUSD)로 제시됐다. VSP는 기관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이동을 실험할 수 있는 기반에 가깝고, 이번 신한금융 협약도 이 플랫폼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살피는 흐름으로 읽힌다.
국내에서는 신한카드가 이미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세대 결제망 검증을 진행했다. 신한카드는 4월 9일 외부 월렛 연동,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정산, 하이브리드 카드 상품 등 6대 기술 과제의 개념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당시 검증에는 비자와의 크로스보더 송금·정산 프로세스 점검도 포함됐다. 이번 협약은 카드사 단위의 개념검증을 금융그룹 차원의 공동 사업모델 검토로 넓히는 성격이 있다.
비자의 움직임은 글로벌 결제망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결제 구조 밖의 경쟁자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통 카드망은 발급사, 매입사, 가맹점, 네트워크가 거래 승인과 정산을 나눠 맡는 구조인데, 스테이블코인 정산은 일부 후선 절차를 더 빠르게 처리하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비자가 싱가포르통화청 주도 블룸 이니셔티브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7일 정산 시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 비자가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공개하고 초기 지원 자산으로 오픈USD를 제시했다는 흐름도 전한 바 있다.
한국 금융권에는 결제망 효율화와 디지털자산 규제 정비가 함께 맞물린 사안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금융서비스에 적용되려면 발행·상환 구조, 준비자산 관리, 이용자 보호,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함께 맞춰야 한다.
다만 이번 협약이 곧바로 상용 서비스 출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확인된 범위는 신한금융과 비자가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의 핵심 기능과 국내 적용 모델을 공동 검증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