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금융권 양자컴퓨팅 대응을 공동 과제로 올리면서 비트코인(BTC) 수탁·지갑 보안 논의도 연방 협의 테이블에 들어갔다. 디지털자산에 직접 의무 일정을 부과한 조치는 아니지만, 암호화폐 보안 인프라가 금융 시스템 차원의 점검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재무부는 8월 24일 ‘퀀텀 레디니스 태스크포스(Quantum-Readiness Task Force)’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작업축은 △금융권 정렬과 양자내성암호 전환 △제3자·벤더 준비 △디지털자산과 신흥기술 위험 등 세 가지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경제를 움직이는 기술을 보호하는 데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양자컴퓨팅을 단순 연구 주제가 아니라 금융 안정과 운영 보안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BTC 네트워크나 민간 블록체인에 직접 마감일을 정한 것은 아니다. 백악관은 6월 22일 행정명령 14412에서 연방 고가치 자산과 고영향 시스템이 2030년 말까지 키 합의, 2031년 말까지 디지털 서명 체계를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도록 했다.
적용 대상은 연방 시스템과 해당 조달 계약자다. 민간 거래소와 수탁업체, 지갑 사업자에 같은 일정이 그대로 부과된 것은 아니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의 공격을 모두 견디도록 설계된 암호 방식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8월 FIPS 203, 204, 205를 최종 승인했다.
세 표준은 각각 키 합의와 디지털 서명에 쓰이는 양자내성 표준이다. 남은 문제는 표준의 존재보다 실제 시스템 이식, 지갑 전환, 사용자 안내, 프로토콜 거버넌스다.
쟁점은 BTC가 당장 깨지느냐가 아니다. 공개키가 드러난 주소, 주소 재사용, 수탁업체의 키 관리 체계가 양자 전환기에 얼마나 빨리 바뀔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코인베이스($COIN) 자문기구는 6월 11일 글에서 오래된 주소 형식의 170만 BTC와 주소 재사용분을 합쳐 약 700만 BTC를 양자 취약 자산으로 분류했다. 이 수치는 체인 전체 감사 결과가 아니라 공개키 노출과 주소 재사용을 반영한 추정치다.
업계 대응은 이미 운영 단계로 내려왔다. 코인베이스는 7월 23일 글에서 자사 수탁 자산의 약 99.9%를 보호하는 코어케이엠에스(CoreKMS)를 양자내성 구조로 확장하는 피큐 코어케이엠에스(PQ-CoreKMS) 구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트고(BitGo)는 7월 9일 비트코인 지갑용 ‘퀀텀 리스크 스코어(Quantum Risk Score)’와 ‘픽스 익스포즈드 어드레스(Fix Exposed Addresses)’ 워크플로를 공개했다. 공개키가 온체인에 드러난 주소를 줄이는 방식이다.
연구 자금도 붙었다. 스트레티지($MSTR), 블랙록(BlackRock), 코인베이스 등이 참여한 비트코인 시큐리티 컨소시엄(Bitcoin Security Consortium)은 7월 23일 출범했고, 회원사들은 3년간 총 1500만 달러(약 207억원)를 독립적으로 약정했다.
컨소시엄은 대규모 양자컴퓨터가 아직 없고 위협 가능 시점도 수년 뒤라는 전제를 달았다. 다만 BTC 장기 보안 연구와 양자내성암호 준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독자에게도 이번 논의는 수탁 인프라 점검 이슈다. BTC를 보유한 기관과 거래소, 지갑 사업자는 양자컴퓨팅이 상용 공격 수단이 되기 전 주소 운용과 서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카르다노가 에이다 지갑의 양자컴퓨팅 위협 대응을 다루는 개선 제안을 공개 검토 단계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BTC 양자 리스크도 현재 기준으로는 즉시 위협이 아니라 지갑과 수탁 인프라의 사전 대응 문제에 가깝다는 평가가 제시된 바 있다.
이번 재무부 태스크포스는 같은 문제가 개별 체인 실험을 넘어 금융 인프라 협의 의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확인된 다음 일정은 연방 시스템의 2030년 키 합의 전환과 2031년 디지털 서명 전환 시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