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하하며 유로존 내 통화완화 기조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반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소극적인 태도에 거듭 불만을 표출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ECB가 지난 1년간 여덟 차례 연속으로 단행한 것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무역 긴장 속에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 연준은 금년 들어 줄곧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2% 수준의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최우선 시하고 있다. 이런 연준의 대응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불러온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ADP 민간고용 보고서 발표 직후,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통해 “ADP 수치 나왔다! 너무 늦었다! 파월 지금 금리 인하해야 한다! 유럽은 벌써 아홉 번이나 내렸다!”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고용 둔화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없이 경기 부양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조속한 통화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단, 연준이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반등 공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가격 급등과 기업 비용 전가 가능성은 연준으로 하여금 신중함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번 ECB 결정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인플레이션은 현재 2% 중장기 목표선에 근접하고 있다. ECB는 “무역분쟁이 격화되면 성장과 물가 모두에 부담이 되겠지만,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된다면 경제 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는 외부 충격에 대한 유로존 경제의 복원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시장은 향후 연준 인사의 금리발언과 고용지표,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압박이 어느 정도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