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거점을 정밀 타격한 데 이어, 이란이 이에 맞서 보복 공세에 나서자 시장은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하루 동안 최대 14% 급등한 후, 7.5% 오른 배럴당 73.12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7% 넘게 치솟아 74.38달러를 기록하며 수 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양국 간 충돌이 확대돼 원유 수출 인프라나 해상 수송로가 타격받을 경우, 유가는 다시 한 번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JP모간은 이란이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 내 정유시설을 공격하는 등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국제 유가는 당장 120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와 유사한 충격이 글로벌 공급망에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가 급등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이언 스위트는 유가가 10달러 오를 경우,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비 휘발유 가격이 12% 하락하면서 미국 CPI는 5월 기준 2.4% 상승에 그쳤는데, 유가 반등은 연준의 2%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LPL파이낸셜의 거시 전략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커는 "이란이 중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같은 극단적 선택은 당분간 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역 내 정유시설이나 수송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다시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로 단기적으로 유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졌지만, 연말에는 WTI 기준으로 55달러선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여전히 전면전 가능성보다 외교적 완충 장치와 전략 비축유 투입 등 긴급 대응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결국 유가 향방은 중동 정세가 언제, 어떤 강도로 진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이란의 정책 방향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 수준을 면밀히 주시하며,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