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자국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부과한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스스로 부담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실제 기업들이 이를 감내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방식이 현실성이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제품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뒤,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WMT)를 비롯한 소매업체들이 해당 관세를 ‘자체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대부분 얇은 수익률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관세에 따른 추가 비용을 흡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는 10%의 관세가 소비자 가격을 평균 4%가량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관 데이터를 보면, 지난 4월에만 수입기업들이 낸 관세 수입은 총 152억 달러(약 21조 8,800억 원)에 달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법적 우회 방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장 분석가 다니엘 존스는 “월마트는 순이익률이 고작 2.85%에 불과하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관세를 온전히 흡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존스는 현재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 관세를 넘기려는 시도는 단기적 효과에 불과하며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관세 부담을 기업이 모두 떠안을 경우 고용 축소나 투자의 위축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P모건체이스 전 수석이코노미스트 앤서니 찬은 "초기에는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익 악화가 계속되면 인건비나 설비 투자, 배당금 지급이 줄어들어 결국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스트바이(BBY)와 메이시스(M) 같은 주요 소매업체 역시 마찬가지로 수익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관세 부담이 커질수록 가격 인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소비 심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이 ‘관세를 먹는다’는 요구는 정치적 수사로는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기존 시장 구조와 경제 논리를 감안할 때 실제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