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WMT)가 이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소매업계 전반으로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마트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대표적인 저가 전략 기업이기에, 이번 결정은 경쟁사들의 움직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월마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관세 부담의 일부를 불가피하게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이달 안에 월마트 매장에서 일부 품목 가격이 오른 것을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자제품과 장난감 등 중국산 상품이 가격 인상의 주요 대상이다.
소매 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전무는 “월마트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경쟁 업체들도 손쉽게 가격 인상에 나설 명분을 얻게 된다”며 “시장을 선도하는 월마트의 움직임은 업계 전반의 기준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월마트는 공급사와의 거래력과 대규모 운영 효율을 통해 일부 비용을 자체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 소매업체는 이런 구조적인 방어력이 부족해 훨씬 더 큰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우(DOW)지수에 포함된 생활용품 대기업 프록터앤갬블(PG),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장난감 제조사 해즈브로(HAS) 등도 최근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월마트의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기업의 초저가 전략이 미국 내 물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월마트 더그 맥밀런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품목은 제값을 받고, 다른 품목에서는 비용을 어느 정도 흡수할 방침”이라며 신중한 가격 전략을 예고했다. 그는 “식료품처럼 민감한 영역에서는 가격 인상을 최대한 피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더 이상 모든 비용 압력을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월마트가 “관세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Eat the tariffs)”며 기업의 대응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는 정치권에서조차 대형 유통사의 물가 방어 역할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으로 월마트의 가격 인상이 실제 소비자 물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다른 유통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추이뿐 아니라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마트의 다음 행보가 업계뿐 아니라 정책 결정자들의 주목을 함께 받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