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내에서 계속되는 성과급 논란에 대해 과도한 보상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성과급의 절대 금액이 높다고 해서 진정한 만족이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당장의 보상보다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SK하이닉스에서 불거진 성과급 지급 비율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과 맞물려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2021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올해는 해당 재원의 1천70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추가 분도 일부 나누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성과급을 아무리 높게 지급해도 그 자체로 만족을 채우긴 어렵다”며 “보상에만 집착하다 보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내부에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 기업 내재 역량과 미래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대부분의 업무는 AI 기반 자동화 도구인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것이며, 구성원은 창의성과 혁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이 인공지능을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해져야 한다며, 기술 내재화의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SK그룹이 추진 중인 운영개선 프로젝트(O/I, Operation Improvement)를 언급하며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기업의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 구성원 간의 자발적인 의사 표현과 협력이 장기적 성장의 핵심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SK그룹은 기술 혁신과 내부 체질 개선을 병행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계열사 구성원들의 기대와 조직문화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 보상 못지않게 소통 강화와 미래 비전 공유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실타래가 단기간에 풀리긴 어렵겠지만, 최 회장의 방향성 제시를 계기로 내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