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애플(AAPL)을 겨냥해 관세 부과를 시사하면서 월가에 다시금 *무역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트럼프의 조기 소셜미디어 게시글 여파로 장 초반 하락 출발했다. 그는 아이폰을 해외에서 제조할 경우 최소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언급했고, 이후 EU 제품 전반에 대해 오는 6월 1일부터 50%의 관세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기업과 시장에 대한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대외 정책 도구*로서의 관세 전략이 다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몇 주간 글로벌 증시는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 칭한 광범위한 관세 계획을 일시 중단하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었던 만큼, 이날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메시지가 정책 확정이라기보다는 협상 전술에 가깝다고 해석하고 있다. 에릭 틸 코메리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EU 관세 위협은 개별 혹은 지역별 무역 합의를 도출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기업들과 미국 경제가 일시적인 수입 물가 상승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시장 반응은 복합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관세는 스위치가 아닌 다이얼과 같다”며 “증시가 상승하면 트럼프가 다시 관세 강공 모드로 전환할 수 있지만, 하락세가 이어지면 되레 물러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가 *시장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실시간 반응을 기반으로 정책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USA증권의 수석시장전략가 존 스톨츠퍼스 역시 “인플레이션 둔화, 안정적인 고용 시장, 기대 이상의 실적 성장 등 증시 여건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이 같은 단기 변수에도 불구하고 강세장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보수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UBS는 이달 초 미국 증시 투자의견을 '매력적(Attractive)'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하며, 정치·규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높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UBS는 앞으로 일부 *관세 철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내년 6월까지 S&P500이 6,4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3일 종가 대비 약 10%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게시글 두 건이 단 하루 만에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정치적 관심이 고조되는 2025년 중반,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음을 또 한 번 입증한 셈이다. 트럼프가 강조한 핵심 수단인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며, 시장은 그가 미세하게 조정하는 이 다이얼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