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90일간 휴전에 들어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반등했다. 컨퍼런스보드의 발표에 따르면, 5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전달 대비 12.3포인트 오른 98.0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 내 소비 심리에 긍정적 신호를 준 첫 반등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지수 상승의 주요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 제품에 부과한 대규모 관세를 일시적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145%까지 높아졌던 관세율은 현재 30%로 조정됐고,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해 상호 조율에 나섰다. 이 조치로 소비자는 수입 물가 상승 우려에서 잠시 벗어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휴전에 대해 “향후 90일 간 양국 간 실질적 협상을 위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책 변화는 소비자의 향후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향후 6개월간 소득과 고용, 경기 상황에 대한 기대치를 보여주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72.8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 경계선인 80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기업 실적과 고용 시장에 대해 지난달보다 덜 비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개인 수입에 대한 낙관적 기대 역시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 팀 퀸런과 제레마이아 콜은 “이번 소비 심리 회복은 무역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일시적 유예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의 지속성과 인플레이션 전개 방향이 향후 소비자 심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일부 경제학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서는 1년 후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6.5%로 줄어들긴 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관세 완화 기대감에 따른 착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비 페더럴 크레딧 유니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프릭은 “중국과의 관세 인하로 당장은 소비자들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며 “다만 기존 관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향후 몇 달간 물가가 다시 오르면 또 다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비 심리 회복이 전년 대비 높은 물가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나타난 긍정적 지표라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무역 정책 방향과 물가 안정 조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반짝 회복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향후 경제 흐름을 어떻게 견인할지, 90일 협상 기간 동안의 정책 결정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