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고급 백주(白酒) 제조업체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이 최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둔화와 정부의 금주령 조치가 겹치며 고급 소비재 시장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마오타이는 8월 1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년 상반기 연결 기준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16% 증가한 910억9천400만 위안(한화 약 17조4천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8.89% 늘어난 454억 위안(약 8조7천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증감 폭은 눈에 띄게 둔화했다.
실적 절대치는 사상 최대였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부진했다. 금융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마오타이의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으며, 순이익 증가율 역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이는 소비 심리 위축과 정책적 제약이 동반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 내 경기는 부동산 부문 부진과 고용 불안 등으로 인해 장기 침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낭비 반대 조례’는 당정기관 관계자들의 업무상 술·담배 제공을 제한하면서 고급주 소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실제 마오타이가 주최한 연간 주주총회 뷔페 행사에서도 백주 대신 주스만 제공된 사례가 알려졌다.
주력 제품인 ‘페이톈 마오타이’의 도매가격도 하향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도매가가 약 17% 하락했으며, 이는 낮아진 소비 수요와 재고 증가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마오타이의 주가는 8월 13일 상하이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1.18% 하락해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아다 리 연구원은 연말까지 백주 업계의 뚜렷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번 금주령의 강도는 과거 2012년 단행됐던 통제보다는 완화된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고급 소비에 대한 정책적 억제 기조가 유지되는 한, 프리미엄 시장 전반에 걸친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