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제조사 GE어플라이언스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5년간 30억 달러(약 4조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GE어플라이언스는 8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략 계획에서, 현재 중국과 멕시코 등에 위치한 냉장고, 가스레인지, 온수기 등의 생산시설을 미국 남동부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켄터키주, 조지아주, 앨라배마주, 테네시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5개 주가 주요 이전 대상지로 꼽혔다.
이는 GE어플라이언스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투자로, 이전과 동시에 설비 현대화를 병행해 향후 미국 내에서 1천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별도로 4억 9천만 달러를 투입해 중국에서 생산하던 세탁기 라인을 켄터키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으며, 이 또한 이번 종합 투자계획에 포함됐다.
회사 측은 비록 공장 노후화 개선 차원의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강화되는 미국 정부의 산업 보호 정책과 관세 강화 움직임이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케빈 놀런 GE어플라이언스 최고경영자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지금이 미국 내 생산 인프라 확장에 적기임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조치는 개별 기업의 전략 변화라기보다는 보다 큰 흐름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일자리 유치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자국 내 생산 확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삼성전자, TSMC 같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까지도 대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재편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경기 둔화를 우려한 각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 시장 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추세는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GE어플라이언스의 결정은 그 신호탄 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