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테슬라 차량을 리스(장기 임대)하는 가격이 1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가 판매 부진과 재고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에 나선 결과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를 인용해, 테슬라가 현지 리스 업체들에 공급하는 차량 가격에 최대 40%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크게 낮은 비용으로 테슬라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전기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혜택이 축소된 상황에서, 이번 할인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제공하는 셈이다.
테슬라가 이 같은 할인 정책에 나선 데는 재고 적체와 주차 공간 부족이라는 실물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내에서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물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차량을 실어놓을 공간조차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유통망 부담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를 통한 출고 압박으로 연결됐다.
테슬라의 영국 내 판매 감소세도 이번 조치에 배경을 더하고 있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 7월 판매량은 987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약 60% 급감했다. 같은 달 전체 신규 자동차 등록 대수도 약 5% 감소했지만, 테슬라의 하락 폭이 훨씬 컸다. 이처럼 시장 점유율이 내려가면서, 테슬라도 가격 조정을 통해 수요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높아졌다.
한편, 전기차 전체에 대한 수요 자체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MMT는 올해 영국에서 판매될 전기차(BEV, 순수 전기차)의 비중을 23.8%로 전망했는데, 이는 종전 예상치 23.5%보다 소폭 상향된 수치다. 다만 이는 여전히 시장 다수를 차지하는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기에는 제한적인 성장률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시장에서도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체들이 유통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할인 경쟁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고가 내구재 수요가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기업들이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해 가격 전략을 유연하게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