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 내 고객사와 3조 원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조한 수주 역량을 입증했다.
이번 계약은 LG화학이 11월 13일 공시한 내용으로, 총 계약 금액은 약 3조7천620억 원이며, 공급 기간은 2025년 11월 15일부터 2029년 7월 31일까지 약 4년에 걸쳐 진행된다. 계약 상대방의 이름은 기업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북미 지역 주요 전기차 제조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합의는 현재 전기차 시장이 성장이 둔화되는 일시적인 수요 정체, 이른바 '캐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기차 수요 성장의 일시적인 제동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장기 수주를 성사시킨 것은, LG화학이 공급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신뢰를 구축해온 결과로 해석된다.
계약 조건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등의 시세 변동과 환율 변화를 반영해 공급 금액이 조정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는 배터리 원가 구성의 상당 부분이 원재료 가격과 연계돼 있는 업계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번 계약은 미국 내에서 중국 배터리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친환경 산업 육성과 더불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에서의 대중국 의존 탈피를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LG화학을 포함한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새로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현재 LG화학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연간 15만 톤 수준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테네시주에서도 연 6만 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건설 중이다.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장하는 것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북미 내 자급률을 높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활용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전기차 보급 확대가 다시 궤도에 오를 경우, 안정적 소재 공급을 위한 선제 투자와 글로벌 고객 맞춤형 생산 체계를 구축한 기업들에 유리한 시장 환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LG화학 역시 생산 다변화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