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그 부담이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 같은 소비자 전자기기 가격 상승으로 번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6년 6월 2일 보고서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반도체 제조사들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해 지난 1년간 메모리 칩 가격이 6배로 뛰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PC, 서버 등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어서 가격이 급등하면 완성품 제조원가 전반을 밀어 올리는 성격이 있다. 로이터통신이 3일 전한 이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이 현상을 반도체발 물가 압력, 이른바 칩플레이션으로 규정했다.
배경에는 수요 쏠림이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대형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서버용 수요를 우선 대응하면서, 상대적으로 이윤이 낮은 일반 전자기기용 물량은 뒤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 인프라 병목 현상으로 시작된 문제가 이제 전자기기 제조업체의 이윤 악화, 제품 가격 부담, 클라우드 비용 상승, 물가 압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업체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신규 공장은 막대한 투자비와 복잡한 공정 구축이 필요해 실제 공급 확대까지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번 상황은 과거 메모리 업황의 단순한 호황·불황 반복과도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인공지능 기업들이 장기공급계약과 각종 약정을 통해 메모리 물량을 선점하면서 시장의 수급 구조 자체가 지속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기존 수요자들은 공급이 빠듯하고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아직 제한적일 수 있지만, 생산자물가와 기업의 자본지출, 서비스 운영비에는 이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가격 전가가 시작됐다. 소니와 레노버는 이미 제품 가격을 올렸고,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자본지출 1천900억달러 가운데 약 250억달러가 칩 가격 상승의 영향이라고 지난 4월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는 가격 인상 부담이 특히 저가형 제품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2026년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모두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메모리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가격 상승과 수익성 개선의 수혜를 보는 반면, 기기 제조업체들은 비용을 떠안거나 판매가를 올리거나 제품 설계를 바꿔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메모리 공급 확충이 늦어질 경우,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자기기와 디지털 서비스 전반의 비용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