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일 중동 지역의 긴장 확산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 여파로 큰 폭으로 올라 다시 1,520원대로 올라섰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면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이기 쉬운데, 이날 원화도 그런 흐름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오후 3시 30분 기준 1,524.2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수준이다. 환율은 8일과 9일 이틀 연속 내려 1,510원대로 밀렸지만, 사흘 만에 다시 방향을 바꿔 1,520원대에 안착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17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장 초반 1,525.0원에 출발한 뒤 오전 9시 19분 한때 1,514.1원까지 내려왔지만, 이후 다시 상승 압력이 커지며 1,520원대 초중반에서 움직였다.
이날 시장을 흔든 가장 큰 배경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미군 아파치 헬기 추락을 계기로 보복과 재보복을 주고받으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위험 회피 심리란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신흥국 자산보다 달러, 미국 국채 같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말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간밤 뉴욕 시장에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장중 8%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수요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밀렸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팔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빼내는 수요가 늘 수 있어 환율이 오르기 쉽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7천71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23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다만 환율이 더 가파르게 뛰지 않은 데에는 당국 경계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9일 외환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투기성 거래나 시장 교란 행위가 있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10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상대로 공동 검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감원도 보험업계를 불러 해외 신규 투자 확대나 환투기성 외화 포지션 확대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장 참가자들에게 과도한 쏠림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의 환 헤지 관련 움직임은 특별히 관측되지 않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3시 30분 기준 99.865로 전일 같은 시각보다 0.002 올랐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0.40원으로 6.19원 상승했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359엔이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중동 정세와 외국인 자금 흐름, 그리고 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가 환율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외 불안이 길어질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당국의 관리 강도가 높아질수록 변동성은 다소 제어될 여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