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사모대출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지만,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오히려 더 유리해진 대출 조건을 활용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정보업체 프레퀸 자료를 인용해 기관투자자 대상 북미 직접대출 펀드가 2026년 2분기에만 최소 160억달러, 우리 돈 약 24조5천억원을 모았다고 6일 보도했다. 이는 2021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직접대출 펀드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맞춤형 자금을 빌려주는 사모대출 상품으로, 보통 한 번 자금을 모아 만기까지 운용하는 폐쇄형 구조를 띤다.
최근 이 시장에는 부실 우려도 함께 제기돼 왔다. 사모대출을 받은 기업들 가운데 채무불이행 사례가 크게 불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연기금 투자 부문의 데이비드 콜라 글로벌 신용투자 책임자는 2021년과 2022년에 집행된 대출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자 개인 자금이 먼저 이탈했지만, 지금도 수익률 자체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인이 비운 자리를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자금이 메우는 흐름이라는 뜻이다.
운용사들의 움직임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블랙스톤, 아레스 매니지먼트, 블랙록 산하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새 주력 펀드 조성을 위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고, 아폴로 글로벌은 수요 증가에 맞춰 대표 사모대출 펀드의 자금 조달 일정을 6개월 앞당겨 지난주부터 시작했다. 블랙스톤에서 450억달러 규모 사모대출 펀드를 운용하는 브래드 마셜은 시장 변동성이 클수록 투자 기회가 커진다고 본다.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질수록 대출 계약 조건은 보수적으로 바뀌고, 금리 스프레드(기준금리 대비 가산금리 차이)는 확대돼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 대상 상품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폴로와 모건스탠리 등 일부 운용사는 2분기에 220억달러가 넘는 환매 요청을 받았고, 결국 자금 인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들 상품은 분기마다 환매가 가능한 구조여서 시장 불안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먼저 자금을 회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신규 사모대출 계약의 경우 기업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대출 계약서의 보호 조항은 더 엄격해졌으며, 투자자가 받는 이자율은 높아졌다고 본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은 관리하면서 수익 여지는 커진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사모대출 시장의 투자 주도권이 개인보다 기관 쪽으로 더 기울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기 불확실성과 기업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한, 기관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와 강화된 계약 조건을 활용해 사모대출 비중을 계속 늘릴 수 있다. 다만 기업 부실이 더 확산할 경우 지금의 낙관론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앞으로 시장이 점검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