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빠르게 채우면서 하반기 신규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연초에 세운 관리 한도에 근접하거나 이를 이미 넘어선 은행이 늘어나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영업을 사실상 조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0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다. 이달 2일 8월 실행분 접수를 막은 데 이어 일주일 남짓 만에 9월 물량까지 닫은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8일 대출모집인 채널을 닫았고, 이어 모기지 보험(MCI·MCG·주택담보대출 가능 한도를 보완하는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줄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한 뒤,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이를 3억원까지 더 줄인 것은 처음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강하게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48조3천60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천907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약 4조3천400억원인데, 이미 80% 가까이를 소진한 셈이다. 겉으로는 전체적으로 20% 안팎의 여력이 남아 있지만, 은행별로 보면 사정은 훨씬 빡빡하다. 5대 은행 가운데 3곳은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고, 한 은행은 연간 목표의 약 1.3배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한 달 안에 대부분 은행이 목표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이 늘어나는 양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5대 은행의 7월 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5조3천425억원으로 6월 말보다 1천96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08조6천704억원에서 109조4천518억원으로 7천815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주택담보대출의 4배 수준이다. 금융권은 이를 주가 상승 기대 속에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제2금융권까지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1금융권에서 기존 대출이 상환되는 규모가 줄었고, 그만큼 은행들의 신규 대출 여력도 더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시중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월 9일 기준 682조9천965억원으로, 6월 말보다 39조2천962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필요할 때 바로 찾아 쓸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인데, 이번 감소 폭은 월간 기준으로 2020년 5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금융권에서는 상반기 결산 이후 기업 자금 이탈 영향이 크다고 보면서도, 개인이 주식 투자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예금을 빼 썼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결국 대출은 늘고 대기성 자금은 줄어드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은행권의 대출 관리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특정 은행이 문턱을 높일수록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현실화할 경우 추가 규제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