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올해 상반기 내내 한 번도 줄지 않고 6개월 연속 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을 넘어 보험사와 카드사 등 제2금융권까지 대출 관리 고삐를 죄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월 1조4천억원, 2월 2조9천억원, 3월 3조5천억원, 4월 3조5천억원, 5월 9조3천억원 증가한 데 이어 6월에도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함께 강세를 보이면서 생활자금보다 투자 목적의 차입 수요가 커진 점이 이번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이른바 빚투, 즉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커지면서 신용대출이 빠르게 불어났고, 일부 주택 거래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3조7천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7천억원, 보험업권에서 6천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약 2조2천120억원 늘어 2021년 4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도 약 1조1천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4∼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전에 주택 거래가 활발했던 영향이 뒤늦게 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대출 증가 흐름은 이제 은행권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가입자가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이 투자 자금 통로로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손해보험사 5곳과 생명보험사 3곳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월 46조3천203억원에서 5월 46조8천430억원으로 약 5천억원 늘었고, 6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카드업계의 카드론도 빠르게 불어나 9개 카드사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43조2천534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은행권이 고액 연봉자 등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조정하자,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드사와 보험사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일부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업권별 점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미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보험업권을 차례로 불러 대출 상황을 점검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관리목표를 지키지 못한 일부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소집할 예정이다. 보험업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한도 축소, 신규 취급 제한, 보험계약대출 한도 조정, 비대면 대출 제한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험계약대출은 감독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 4월 한도가 이미 한 차례 축소됐고, 현재도 해약환급금의 50∼85% 범위 안에서만 가능해 추가 규제에는 부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가 한도 축소로 보험을 해약할 가능성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당국은 조만간 집단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일부 상호금융회사도 불러 가계대출 현황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강세가 이어지고 투자성 대출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면, 가계대출 관리 강화는 은행권을 넘어 전 금융권으로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대출 한도 축소와 상품 취급 제한, 업권 간 풍선효과 차단 같은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