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다시 증가하면서 43조원을 넘어섰고,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제2금융권으로 자금 수요가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5월 말 카드론 잔액은 43조2천53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2천704억원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상 최대 수준이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1월 말 42조5천850억원에서 2월과 3월 연속 증가해 42조9천942억원까지 올라섰고, 4월 말에는 42조9천830억원으로 112억원 소폭 줄었지만 5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카드론은 통상 연초 카드사들의 영업이 활발해지면서 취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5월은 어린이날·어버이날·가정의 달 지출이 겹치면서 생활자금 수요가 커지는 시기다. 업계에서는 이런 계절적 요인에 더해,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은행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차주들이 카드론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에서 관리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 활황과 맞물린 빚내서 투자 수요가 카드론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은행 대출 규제가 강해진 상황에서 단기 자금이 필요한 일부 수요가 카드론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카드론은 한도가 크지 않고 금리도 낮아야 연 8~9% 수준이어서, 투자 목적 차입이 대규모로 몰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다른 고금리성 단기대출 지표도 함께 오름세를 보였다.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한 차주가 같은 카드사에서 다시 빌려 기존 대출을 막는 대환대출 잔액은 5월 말 1조6천559억원으로 전월 1조5천983억원보다 늘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6조7천999억원으로 전월 6조7천65억원보다 증가했고, 현금서비스 잔액 역시 6조5천38억원으로 전월 6조1천965억원보다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일부 카드사를 불러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당부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권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 카드업권으로의 대출 수요 이전이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주며, 동시에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