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증시 상승기에 개인들의 이른바 빚투 수요가 빠르게 늘자 가계 신용대출 한도를 더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 관리에 나섰다. 주식 투자 자금이 은행 신용대출을 통해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가계 부실 위험이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19일부터 가계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당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한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1억원과 차주의 연 소득 절반 가운데 더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마이너스통장은 약정된 한도 안에서 필요할 때마다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대출이라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기 쉬운 만큼, 일반 신용대출보다 더 보수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농협은행은 이미 전날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축소했다. 우대금리를 줄이면 실제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대출 수요를 자연스럽게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한도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농협은행은 금리와 한도 양쪽에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체계를 강화한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대응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은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고, 신한은행은 하루 신용대출 신청 물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넘으면 접수를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천만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는 최근 은행권 전반에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단순한 영업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잇따라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배경에는 주가가 오를 때 투자 열기가 과열되기 쉬운 국내 시장 특성이 있다. 상승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늘지만, 반대로 시장이 급하게 꺾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계 전반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은행권의 자율 규제가 이어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증시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맞물릴 경우 대출 심사는 한층 더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