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증시 상승을 계기로 신용대출이 빠르게 불어나자,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확산을 막기 위해 대출 한도와 접수 창구를 잇달아 조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고액 연봉자를 포함한 개인 신용대출 신규 신청자의 최대 한도를 연소득과 관계없이 1억원으로 제한한다. 주가가 오를 때 투자 수요가 커지면 신용대출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은행은 이런 자금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시장 변동성과 가계의 상환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필요할 때 한도 안에서 꺼내 쓰는 대출)의 만기 연장 때도 실제로 거의 쓰지 않은 한도를 더 엄격하게 줄이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15일부터 신용대출 선제적 관리방안을 시행한다. 대면·비대면 신용대출을 합한 하루 접수 물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넘으면 비대면 신청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다만 서민금융대출과 상생대환대출처럼 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상품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약정금액 3천만원을 초과하는 가계 신용대출 가운데 한도대출의 경우, 약정기간과 만기 직전 3개월 기준 한도사용률이 10% 미만인 계좌는 만기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줄일 예정이다. 실제 사용이 적은 대출 한도를 정리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우리은행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중단했고,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핀다·토스 같은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유입도 막기로 했다. 최근 은행권 대응은 개별 은행의 판단만으로 보기 어렵다.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증가 상황을 논의한 뒤 자율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확대되자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했고, 목표를 지키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매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대출뿐 아니라 주식 투자로 번지는 차입 수요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증시가 강세를 보일수록 투자 심리는 살아나지만, 빚을 통한 투자 확대는 시장이 꺾일 때 손실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다른 시중은행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크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신용대출 문턱은 당분간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