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0.67%로 올라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상환 여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졌고, 그 영향이 은행권 건전성 지표에 뚜렷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월 0.61%에서 0.06%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대출의 비중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오른 것은 기업과 가계 모두에서 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상승은 가계보다 기업대출 쪽에서 더 두드러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한 달 전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27%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전년 동월 대비 0.12%포인트 상승해 2021년 9월 말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 뚜렷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5년 5월 이후 최고치였고, 중소법인대출은 1.11%로 2017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84%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수록 자금 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먼저 충격을 받는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해 기업대출보다는 오름폭이 제한적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1%로 0.01%포인트 높아졌고,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0.90%로 한 달 새 0.07%포인트 올랐다. 담보가 있는 주택대출보다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더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약한 차주 부담이 먼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체가 늘어난 배경은 새로 발생한 부실은 많아졌지만, 정리 속도는 다소 둔화했기 때문이다. 5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3조3천억원으로 전월 2조9천억원보다 4천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6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신규 연체율도 0.13%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체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라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는 대출 증가와 경기 회복 속도 사이의 균형이 은행권 건전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