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주택자금 수요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으로 옮겨가면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관련대출이 5개월 만에 10조원 넘게 늘었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관련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148조12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5천445억원 증가했다. 주택관련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전세대출과 집단대출까지 포함한 수치다. 월별 증가액은 1월 3조5천563억원, 2월 3조9천12억원, 3월 3조1천866억원으로 컸고, 4월에는 2조7천21억원, 5월에는 7천546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특히 1∼3월 증가폭은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별 기준으로 가장 큰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주택관련대출은 5조6천55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은행권 증가액이 은행권의 1.8배에 이른 셈이다. 예금은행의 주택관련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775조5천901억원이었다. 월별로 보면 1월에는 1조1천503억원 줄었고, 2월 1조3천307억원 증가로 돌아선 뒤 3월 1천569억원, 4월 2조4천466억원, 5월 1조7천213억원 늘었다. 전체 잔액 규모는 여전히 은행권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올해 초 흐름만 놓고 보면 대출 증가 속도는 비은행권이 훨씬 가팔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연초부터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에서 대출 한도나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엄격했던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데,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풍선효과라고 부른다. 한국은행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은행권에서 집단대출 취급이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4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비은행권 규제가 본격 강화되기 전에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이 실행되면서 대출 잔액이 더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에는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당국이 은행권뿐 아니라 비은행권 대출까지 함께 들여다보면서 관리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4월과 5월 비은행권 증가폭이 앞선 달보다 축소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결국 대출 수요 자체가 사라졌다기보다 규제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먼저 나타났고, 당국이 이를 다시 조이면서 확산 속도가 둔화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가계대출 규제가 어느 업권에 더 강하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자금 이동 경로가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