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 원유 처리량이 전년보다 하루 약 500만배럴 줄어든 가운데 겨울철 경유 수요가 겹치면서 경유시장 긴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다만 전 세계적인 공급 중단이나 특정 지역의 물량 부족은 확인되지 않았다.
러셀 하디(Russell Hardy) 비톨(Vitol) 최고경영자는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석유회의(APPEC)에서 “글로벌 연료시장이 매우 팽팽하고 유연성이 낮다”고 말했다. 정유설비 가동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각국이 비축유를 계속 소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셰이크 칼리드 아마드 알사바(Shaikh Khaled Ahmad Al Sabah) 쿠웨이트석유공사(KPC) 국제마케팅 담당 전무는 같은 행사에서 세계 정유 시스템이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의 처리량을 유지한다면 “성과가 될 것”이라며 북서유럽의 겨울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시설 가동과 겨울 수요가 동시에 시장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정유 처리량과 경유 수출 감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2026년 7월 글로벌 정유 원유 처리량이 하루 8090만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약 500만배럴 줄었다고 밝혔다. 정유시설의 가동 여력이 전년보다 낮아졌다는 뜻이다.
러시아·중동·아시아의 경유 수출도 하루 130만배럴 감소했다. 글로벌 해상 경유 거래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IEA는 중동산 정유제품 공급 감소와 재고 고갈이 맞물리면서 디젤·항공유·휘발유 시장의 정제마진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IEA는 글로벌 석유시장이 올해 말 무렵 다시 공급 초과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시했다. 경유시장 긴장이 장기화할지는 정유시설 가동과 수출 흐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러시아 수출 제한과 중동 변수
러시아 정부는 7월 30일 휘발유·경유·선박용 연료·가스오일 수출을 8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일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9월 1일부터 러시아 내 직접 생산자가 수출하는 경유와 일부 제품에는 예외를 적용했다.
따라서 러시아의 경유 수출을 전면 금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실제 공급 영향은 제한 대상과 예외 물량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동에서는 정유시설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연료 흐름 감소가 공급 부담으로 거론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정유제품 물량에 관한 일부 수치는 최신 독립 검증이 확인되지 않아 시장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기 어렵다.
APPEC 공식 일정에는 정유능력과 제품 마진, 경유·항공유 시장을 다루는 세션이 포함됐다. 다만 행사 참석자 전체가 경유 부족 전망에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유럽 디젤 크랙과 국내 연결
S&P 글로벌은 9월 8일 유럽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지역의 디젤 크랙이 9월 1일 배럴당 98달러(약 13만1516원)까지 올랐다가 9월 2일 95.30달러(약 12만7893원)로 낮아졌다고 집계했다. 디젤 크랙은 원유 가격과 경유 가격의 차이로, 정유사가 경유를 생산해 얻는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유럽의 정제마진 상승은 정유제품 공급이 빠듯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한국 내 경유 공급 차질이나 소비자 가격 변동을 직접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서 디젤 정제유 압박이 커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번 자료에서도 한국 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정유제품 시장은 원유 공급량뿐 아니라 정유시설의 가동률과 유지보수, 제품별 수출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같은 원유를 처리하더라도 경유·항공유·휘발유 생산 비중과 지역별 재고 수준에 따라 정제마진과 공급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시장이 확인할 변수는 북서유럽의 겨울 수요, 미국 정유공장의 유지보수 일정, 러시아 수출 제한의 실제 적용 범위, 중동산 정유제품 수송 회복 여부다. 한국 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공급 차질과 가격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