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묶어 두겠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하면서, 하반기에도 가계부채를 강하게 조이는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더라도 이를 곧바로 규제 완화의 근거로 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와 전날 사전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하반기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1.7%보다 낮은 1.5%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에 그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가계부채가 여전히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면 소비 여력이 줄고, 금리나 경기 변화에 따라 금융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특히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하락만으로 관리 강도를 낮출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내려가더라도 이는 분모인 명목 GDP가 커진 영향일 수 있으며, 실제 가계부채 규모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비율상 개선이 나타나더라도 대출 총액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면 체감 위험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함께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출 관리가 느슨해질 경우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몰리면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산정 방식도 손질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하이닉스처럼 특정 시기에 성과급이 크게 지급되는 기업의 경우, 일시적으로 소득이 급증하면 차주의 상환능력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될 수 있는데, 이런 왜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당해연도 소득이 평균보다 20%를 넘게 많을 때 2년치 평균을 반영하는 방식인데, 금융위는 이를 3년 평균 등으로 넓혀 일시적 소득 증가를 평탄하게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 취지는 ‘빌릴 수 있는 한도’를 넉넉하게 잡아주는 데 있지 않고, 차주가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데 있다. 금융위는 또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등 자본 규제도 강화해 금융회사들이 주담대를 공격적으로 늘릴 유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케이비국민은행이 모든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낮춘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가 아닌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규제상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는 집값과 지역 규제에 따라 최대 6억원까지 적용되는데, 국민은행은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운용한 셈이다. 금융위는 다른 은행들은 이처럼 대출한도를 일괄적으로 크게 줄이는 방안을 현재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도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이달 중 내놓고, 하반기에는 디지털자산법 관련 정부 입장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회사 건전성 규율을 함께 손보겠다는 흐름은 하반기 금융정책의 핵심 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