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채권시장 개입 논란으로 번졌다. 회당 규모가 최소 40억 달러(약 5조5120억원)로 커지면서 유동성 지원인지, 장기금리 방어인지가 쟁점이 됐다.
미 재무부는 8월 19일 발표에서 10~20년물과 20~30년물 명목 국채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회당 기존 최대 20억 달러(약 2조756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늘린다고 밝혔다. 확대 조치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재무부가 내세운 명분은 장기 구간 유동성 지원이다. 재무부는 장기물 구간에 견조한 수요가 있고, 양질의 매도 제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점을 확대 배경으로 들었다.
문제는 발표 시점이다. 3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직후 조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 일부에서는 재무부가 유동성 보강을 넘어 장기금리 신호에 반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로이터(Reuters)는 30년물 금리가 발표 직후 5.188%까지 내려간 뒤 5.208% 수준으로 되돌았다고 전했다. 한 차례 조치가 금리 흐름을 오래 누르지는 못한 셈이다.
이 움직임은 시장이 재무부 조치를 즉각 반영했지만, 이후 재정 부담과 장기물 수급을 다시 가격에 넣은 결과로 풀이된다. 장기 국채금리는 정부 차입 비용뿐 아니라 달러와 위험자산 선호에도 영향을 준다.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 듀케인 패밀리오피스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이번 조치를 사실상 가격 관리에 가까운 대응으로 봤다. 그는 실패한 입찰이나 딜러 유동성 경색 같은 긴급 상황이 없었다는 취지로 재무부 조치를 비판했다.
드러켄밀러의 문제 제기는 바이백 규모 자체보다 선례에 맞춰져 있다. 장기 국채시장이 미국 재정에 남은 견제 장치인데, 재무부가 금리 신호에 대응하기 시작하면 시장의 경고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사안은 드러켄밀러가 해당 기고문 작성 과정에서 AI 사용을 인정한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다만 채권시장 논쟁의 핵심은 작성 도구가 아니라 재무부 바이백의 성격이다.
반론도 있다. 재무부 설명대로라면 이번 확대는 정례 바이백 프로그램의 조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장에서 거래가 덜 활발한 오프더런 국채를 투자자가 예측 가능한 창구로 되팔 수 있게 하는 장치로 2024년부터 정례화됐다.
오프더런 국채는 새로 발행된 기준물보다 거래 빈도가 낮은 기존 국채를 뜻한다. 재무부 바이백은 중앙은행이 준비금을 창출해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와 다르며, 부채관리와 시장 유동성 보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무부는 8월 초 분기 리펀딩 문서에서 9월 말 현금 잔고를 9500억 달러(약 1309조원)로 가정했다. 10월 말 재무부 일반계정은 1조500억 달러(약 1447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립토 시장도 같은 신호에 반응했다. 로이터는 재무부의 장기물 바이백 확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암호화폐 법안 처리 촉구가 겹치며 크립토 관련주와 비트코인(BTC)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BTC는 당시 7만 달러선을 넘었고, 이더리움(ETH)도 상승했다. 다만 재무부 조치가 채권시장에 준 완화 효과는 짧았고, 크립토 시장 반응도 장기금리와 달러 흐름을 둘러싼 해석의 일부로 보는 것이 맞다.
본지는 앞서 재무부 바이백 확대가 비트코인 반등 재료로 해석됐지만 단일 정책으로 가격 흐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번 논란도 금리, 달러, 위험자산이 같은 정책 신호에 묶여 움직이는 구조를 보여준다.
재무부는 다음 분기 리펀딩 발표가 예정된 11월 4일 이후 향후 바이백 규모를 추가로 안내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