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물가 영향 제한적…ECB 레인, 장기금리 경로 설명
필립 레인은 AI 관련 품목의 유로존 물가 지수 비중이 낮다고 진단했다. 세계 AI 투자 확대가 장기금리를 높이면 유로존 금융 여건을 조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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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부품 가격 상승이 유로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유럽중앙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다만 세계적인 AI 투자 확대가 장기금리를 높이면 유로존 금융 여건을 조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필립 레인(Philip R. Lane)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 위원은 13일 더블린 국제 AI 정상회의 연설에서 휴대전화·노트북·자동차 등 AI 관련 품목이 유럽의 조화소비자물가지수(HIC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설명했다.
HICP는 유럽 국가의 소비자물가를 비교하는 데 쓰이는 지표다. 관련 품목의 비중이 낮으면 부품값이 오르더라도 지수 전체에 반영되는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레인은 5일 연설에서 2026년 9월 유로존 전체 물가 상승률이 3.8%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18.8%,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2.3%였다.
AI 관련 소비재의 비중이 낮다는 진단은 유로존 물가 상승세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레인은 올해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에너지 공급 충격을 지목했다.
레인은 13일 연설에서 세계 AI 투자 확대와 장기적인 생산성 개선 기대가 장기금리 상승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유럽의 AI 투자 규모가 세계 전체에 비해 작은 만큼, 세계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이 유로존 금융 여건에 전달되는 경로를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재 가격과 장기금리는 물가에 서로 다른 경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AI 관련 제품의 지수 비중이 낮더라도 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여건은 빡빡해질 수 있다.
레인이 제시한 유럽중앙은행 모형에서는 장기금리 상승이 중기 경제활동과 물가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형 분석은 AI 관련 소비재의 직접적인 가격 효과와 금융시장 경로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AI 도입은 기업 현장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레인이 소개한 2025년 4분기 기업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4%는 AI를 실험적이거나 보통 수준으로 사용한다고 답했고, 7%는 상당한 수준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AI를 사용한다고 답한 노동자 비율은 2024년 26%에서 2026년 52%로 높아졌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서 사용이 늘었지만, 도입률만으로 생산성 효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레인은 AI 도입 확산에도 경제 전체의 생산성 지표에서 뚜렷한 효과가 확인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AI 사용 확대와 집계 생산성 변화 사이의 관계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취지다.
물가 영향이 하락 방향으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레인은 3월 연설에서 AI 컴퓨팅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늘면 도입기에 에너지 가격과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8일 공개한 유로존 모형 연구에서 생산성 향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고, 개선이 더디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I의 물가 효과는 생산성 개선 속도와 전력 수급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중앙은행은 10월 29일 기준금리 3종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예금금리는 2.50%, 주요 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였다.
유럽중앙은행의 다음 통화정책 회의는 12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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