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온체인 신용·프라이버시 기술, 암호화폐의 금융 통합 열쇠 될까…타이거리서치 분석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신용,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의 결합이 암호화폐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핵심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송금 및 결제 등 일부 실용 영역에서 효용성을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금융 시스템 내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 대비 작동 범위와 신뢰 구조 모두에서 선명한 격차가 존재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기술 요소의 통합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통 금융의 자산 총액은 약 247조 달러에 이르는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약 4조 달러 규모로 단지 6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타이거리서치는 이 격차를 단순한 기술력 차이가 아닌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하며, 현재 암호화폐의 실용성은 기초 금융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 형태로서 신흥국, 자본통제 지역 등에서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지만, 자산 저장과 송금이라는 제한된 영역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확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는 ‘온체인 신용’ 기술에 있다. 현재 대부분의 암호화폐 대출 구조는 과도한 담보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자산이 없는 참여자는 금융 기회를 갖기 어렵다. 이에 따라 최근 등장하고 있는 신용 평가 프로토콜은 온체인 거래 내역, 청산 이력, 지갑 활동을 분석하여 무담보 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레드 프로토콜(Cred Protocol)은 에이브(Aave) 내부 사용자의 과거 거래 데이터를 통해 신용 점수를 산출하며, 3Jane 같은 프로젝트는 반복적인 수익 흐름 등 오프체인 요소도 고려해 신용 평가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이 결합되면 암호화폐의 실사용 범위는 개인을 넘어 기업과 기관으로 확장될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 구조는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되는 탓에 기업 전략, 급여 내역, 소비 내역 등 민감한 정보 보호에는 취약하다. 이에 대응하는 기밀성 암호화 기술로는 인코(Inco)와 서클 리서치(Circle Research)가 함께 개발한 cERC20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동형암호(FHE)를 이용해 거래 금액·잔액 정보를 숨기면서도 거래의 유효성은 온체인에서 검증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필요시 규제기관에만 정보를 선택적으로 노출하는 '선별적 공개' 기능도 갖추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러한 기술 요소의 결합으로 암호화폐가 단순한 송금 및 결제를 넘어 연속적인 금융 활동—예컨대 자산 운용, 신용 기반 대출, 재무 전략 실행—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해외 기업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수령한 개인이, 해당 내역을 기반으로 온체인에서 대출을 받고, 이를 투자에 활용하면서도 금융 정보는 보호받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는 세무 신고 등의 규제 대응까지 자동화할 수 있어 본질적으로 금융 접근성, 효율성, 범용성을 모두 진화시키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신용,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환경에서는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과 유사하거나 그 이상으로 복합적인 금융 기능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선보인 혁신적 사례들이 일부 초기 단계에 머물고는 있으나, 타이거리서치는 이 세 가지 축이 효과적으로 구현될 경우, 기존 금융 인프라가 포용하지 못한 사용자층까지 참여 가능한 국경 없는 금융 생태계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