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 금융 인프라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구조적 흐름 속에서, 규제 명확화와 제도 정비는 기업과 금융기관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11일 발간한 보고서 『2025,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전환점』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정책적 위상 강화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PSC)의 법제화 진전 ▲전통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 확대를 주요 변화로 제시하며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금융 시스템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금융 질서 전반을 재편할 수 있다면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 및 내부 역량 정비의 방향성을 공유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결제 인프라로 전환 중…미국 법제화 가속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 금융기술 리더십 강화’ 행정명령을 통해 PSC의 글로벌 확산을 주요 정책 과제로 설정했다. 이에 통화감독청(OCC)이 국립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및 PSC 업무 참여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등 연방 기관들이 규제 정비에 나섰다.
PSC 법제화 논의 역시 규제 불확실성 해소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2025년 2월 상원에 제출된 『GENIUS Act』는 PSC를 특정 법정통화에 연동된 디지털 결제 자산으로 정의하고 발행자에게 1:1 환전 의무를 부여해 이를 투자 상품이 아닌 제도권 결제 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현재 GENIUS Act, STABLE Act, 미공개 민주당안 등 총 3건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1:1 준비자산 보유 ▲발행 자격 제한 ▲정기 감사 등 공통 요소를 포함해 규제 일관성도 강화되고 있다.
PSC의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 확대, 규제 개선에 따라 은행,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등 전통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이 같은 흐름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기 한국 딜로이트 그룹 파트너(블록체인·디지털자산 그룹장)는 "미국 상원을 통과한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닌 신뢰 기반 지급결제 인프라로 정립하려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주요국들의 정책 대응이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금융 안정성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파트너는 "한국은 무역결제나 외국인 노동자 급여 지급 등에서 일부 PSC 활용 사례가 존재하지만, 아직 명확한 법적 정의나 회계·세무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한국의 통화주권과 외환관리 체계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적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물 경제로 확장되는 기회…기업 전략과 생태계 참여는 필수

딜로이트는 PSC가 국경과 금융기관의 장벽을 뛰어넘는 즉시 결제, 낮은 수수료 등 명확한 장점을 갖추고 있으며, 실물 경제로의 확장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해외 송금, 상업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USDT와 USDC가 달러 기반 PSC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PSC는 발행자가 미국 국채 등 고신용 자산에 투자해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으며, 향후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될 경우 전통 금융기관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도 기대된다. 이는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제도권 내 확산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PSC는 기존 은행 중심 결제 시스템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제도화가 본격화되면 은행과 금융기관도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금융 산업의 시장 구조와 가치사슬을 재편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도화가 본격화되면 은행과 금융기관은 PSC를 통해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확보하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금융 산업 전반의 시장 구조와 가치사슬을 재편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PSC 생태계 내에서는 기업이 ▲발행자 ▲거래은행 ▲수탁기관 ▲플랫폼 제공자 ▲생태계 서비스 제공자 등 다양한 역할로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PSC의 발행과 거래는 분산형·탈중앙화 블록체인 기반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플랫폼 간 경쟁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는 생태계 참여자들이 보다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시장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고 기업들이 전략적 입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 대응 역량이 핵심 경쟁력
다만, PSC의 발행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면서 기업이 PSC 시장에 진입하려면 규제 환경 이해, 내부 통제, 운영 역량 등 포괄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PSC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사이버 보안 ▲자금세탁방지(AML) ▲시장 리스크 ▲규제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위험 요소를 동반한다면서, 특히 개인키 유출, 거래 지연 등은 이용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보안 조치와 비상 대응 체계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PSC 발행자는 각종 규제 요건(KYC, 주 단위 인가, 준비자산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제재가 불가피한 만큼 컴플라이언스 체계, 스트레스 테스트,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축이 핵심 역량이 된다고 말했다. 수탁기관, 결제사, 유동성 공급자 등 생태계 참여자 역시 동일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며 자금관리 정책과 회계 투명성 확보가 PSC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규제가 명확해질 경우 기업과 투자자에게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 진단과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영향 및 대응 프레임워크(Impact & Response Framework)'를 제시하며 "PSC 생태계에서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규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물론, 내부 역량 정비와 리스크 관리 전략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략적 기반을 갖춘 기업만이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