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업 투자, 8월엔 주춤했지만 AI 자금 유입에 반등 조짐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일반적으로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자금 조달 활동에 뚜렷한 비수기나 성수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8월의 투자 둔화를 단순한 계절적 흐름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그러나 9월 들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안트로픽(Anthropic)이 130억 달러(약 18조 7,2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자금 유치를 이끌어내며 강한 반등 조짐도 드러나고 있다. 결국 이번 둔화는 일시적인 ‘8월 특수’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8월에도 투자 활동을 멈추지 않은 주요 벤처캐피털(VC)은 여전히 존재했다. 제너럴 캐털리스트, 세쿼이아 캐피탈, 안드리센 호로위츠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사들은 다수의 500만 달러 이상 규모 딜에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벤처 투자사는 Y 콤비네이터, 제너럴 캐털리스트, 세쿼이아 캐피탈로 나타났다. 이들은 5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 라운드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주도하거나 참여했다. 총 11개 투자사가 4회 이상 대형 라운드에 이름을 올리면서 집행 규모는 줄었지만 거래 건수 측면에서는 활발한 흐름이 지속된 것으로 평가된다.

리드 투자자 기준으로는 제너럴 캐털리스트와 안드리센 호로위츠, 그리고 인사이트 파트너스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리드를 맡은 건수가 가장 많았고, 특히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중대형 자금을 배분하며 여전히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규모 측면에서는 파운더스 펀드가 단연 돋보였다. 이들은 AI 스타트업 코그니션(Cognition)의 시리즈 자금을 주도하며 단일 건으로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집행했다. 그 뒤를 이은 SK는 배터리 기술 기업 그룹14 테크놀로지스에 4억 6,300만 달러(약 6,600억 원)를 투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SK의 참여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 투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수많은 초기 기업들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시드 투자 부문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여전히 Y 콤비네이터가 시드 투자 부문 1위를 고수했으나, 전월 대비 거래 건수는 감소했다. 이와 함께 얼러미 벤처스와 테크스타즈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중소형 투자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양상이다.

한편, 크런치베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8월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액은 전년 동월 대비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시드 및 후기 단계 투자 위축이 큰 폭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단기 조정 국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배터리·클린에너지 분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으며, 테크 중심의 구조적 투자 전환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