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효율성과 금융 포용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차세대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비자, 아발란체, 헤데라, 스텔라 등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과 국경 간 결제 혁신을 위한 각사의 전략과 노력을 공유했다.
10일 서울 강남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온체인 심포지엄에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및 국경 간 결제’를 주제로 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토론에는 좌장을 맡은 저스틴 김 아발란체 아시아 총괄을 비롯해 정정애 비자 시니어 디렉터(비자 컨설팅 & 애널리틱스), 앨리스 김 헤데라 재단 핀테크 및 결제 디렉터, 셈 아르칸 스텔라 파트너십 디렉터가 자리했다.
정 디렉터는 USDC 기반 결제 파일럿 프로그램의 성과를 소개하며 주요 시사점을 전했다. 그는 "비자는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접목해왔으며 크립토와 스테이블코인도 네트워크에 적용해왔다"며 "전통적으로 카드 결제 정산은 발행사·비자·매장·매입사 간 은행망을 통해 법정화폐로 이뤄졌지만 이번 파일럿에서는 USDC로 정산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일럿을 통해 확인한 가장 큰 성과는 정산 효율성 향상"이라며 "발급사는 예치금 수준을 낮출 수 있어 현금 유동성이 늘었고 가맹점 역시 유동성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또 "기업별 구체적 수치는 다르지만 USDC 정산 과정에서 외환(FX) 수수료 절감 효과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정 디렉터는 "처음에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USDC 파일럿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아발란체, 스텔라 등 다양한 체인과 자산으로 확대 지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파일럿은 전 세계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국내 이용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비자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비자는 수년 전부터 크립토 연계 카드 상품을 제공해왔고 브리지·레인 등과 협업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카드도 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 내부에서는 온체인 애널리틱스 대시보드를 통해 체인상의 스테이블코인 현황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리테일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 비중은 1% 미만으로 초기 단계지만 그만큼 향후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라며 "더 많은 파트너십을 통해 일상 결제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자 USDC 지원과 관련해 저스틴 김은 "신용카드 결제는 발행사와 매장이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지만 USDC를 활용하면 몇 초 만에 거래가 완료돼 결제 과정의 불필요한 절차를 제거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이어 "기존에는 3~4일이 걸리던 거래 완료 시간이 크게 단축됐으며 국경 간 결제에서도 환전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발란체와 스텔라 통합을 통해 이러한 효율성이 한층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앨리스 김 헤데라 디렉터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과 규제 대응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공급망 금융이나 임대 결제 같은 영역에서 불필요한 비효율과 수작업 절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한국의 시범 사례에서 은행들이 참여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가치를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헤데라가 규제 친화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그 핵심은 39개 글로벌 기업으로 구성된 거버닝 카운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업들은 모두 공신력 있는 상장사이자 엄격히 규제받는 기관으로, 이를 통해 네트워크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헤데라의 거버넌스 구조는 제재 대상 국가나 기관이 네트워크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러한 특성이 금융기관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도 밝혔다.

셈 아르칸 스텔라 파트너십 디렉터는 신흥국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채택은 기관의 참여뿐 아니라 은행 서비스가 부족한 이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신흥국에서는 국경 간 송금과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에서 필리핀이나 멕시코로 이어지는 주요 송금 경로처럼 신흥국 경제는 해외 송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을 '빠르고 저렴하다'는 측면에서만 보지만 본질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접근성과 상호운용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아르칸 디렉터는 "한 국가 안에서 즉시 결제가 가능한 로컬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다른 국가의 시스템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단절된 결제망을 상호 연결해주며, 국가 간 결제 인프라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텔라 네트워크는 규제 친화적 기능과 컴플라이언스 제어 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국가의 규제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텔라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규제 당국과의 협력, 특히 교육"이라며 "퍼블릭 블록체인을 규제 당국과 금융 인프라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체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며, 여러 블록체인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병행·활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텍사스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규제 당국이 블록체인을 점차 이해하고 수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의 제도권 확산을 이끌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패널들은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언급했다.
정 비자 디렉터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잘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용자들은 디지털에 익숙하고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공급자 측면에서도 세계 상위권 거래소와 대규모 기관 고객 기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력, 그리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적인 규제가 마련된다면 한국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리스 김 디렉터는 "국내에는 대형 기업들이 존재하고 이들 기업은 자회사와의 막대한 자금 송금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기업 간 송금이나 내부 자금 이전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권 기업들이 이를 채택한다면 상당한 규모로 확산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흐름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체인 심포지엄은 웹3 핵심 의제인 ‘온체인 금융의 미래’를 B2B 관점에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블록체인 미디어 ‘토큰포스트‘가 주최하고 코인리더스, 테더, 크립토닷컴이 공동 주관했다.
전통 금융권과 블록체인 기업이 함께 온체인 금융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스테이블코인, RWA 등 새로운 온체인 인프라가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하는 무대이다. 온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확인하고 온체인 자산이 미래 금융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지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행사 참석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