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세일러의 Strategy(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또다시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지난 9월 22일부터 28일 사이 2,210만 달러를 투입해 평균 11만 3천 달러에 196 BTC를 매입했다. 이로써 총 보유량은 64만 31 BTC. 전 세계 공급량의 3%를 차지하는 ‘고래’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공격적 매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같은 기간 Strategy가 시장에서 끌어모은 자금은 1억 2,810만 달러였다. 실제로 비트코인에 쓰인 돈은 일부에 불과했고, 나머지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은 선호주 배당 지급으로 빠져나갔다. 회사가 발행한 STRC·STRK·STRF·STRD 등 네 가지 종류의 영구적 선호주는 매달 혹은 분기마다 배당 의무를 안긴다. 본업인 소프트웨어 사업으로는 감당이 어렵다 보니, 신규 자금 조달이 사실상 기존 의무를 충당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Strategy가 내세운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 서사는 한때 혁신처럼 비쳤다. 2020년 비트코인 대규모 매수를 선언한 뒤, 주식과 채권을 찍어내며 수십억 달러를 조달하고 이를 고스란히 비트코인에 투입했다. 당시 MSTR 주식은 순자산가치의 세 배를 웃도는 프리미엄에 거래됐고, 전 세계 170여 개 기업이 이 모델을 모방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은 22% 상승했지만 Strategy 주가는 9% 오르는 데 그쳤다. ‘비트코인보다 더 잘 오르는 주식’이라는 약속은 깨졌다. 순자산가치 프리미엄도 3배에서 1.4배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비트코인은 고점을 맴돌지만, Strategy 주가는 정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시장은 희석과 배당 구조를 더 이상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 공시는 이 구조의 민낯을 드러냈다. 회사는 새 투자금을 끌어오고, 그중 일부로 비트코인을 산다. 그러나 더 큰 몫은 선호주 배당으로 돌아간다. FT가 지적했듯, Strategy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기업(SaaS)’이 아니라 ‘희석 전략 기업(DaaS, dilution-as-a-strategy)’에 가깝다.

결국 일반 주주는 두 겹의 불리함을 안는다. 하나는 청산 순위에서 80억 달러의 전환사채와 60억 달러대 선호주 뒤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지분이 매번 새로운 발행과 배당 구조 속에서 희석된다는 사실이다. 세일러가 “플라이휠”이라 부르는 구조는, 시장 눈에는 점점 더 ‘돌려막기’로 비쳐진다.

투자자가 MSTR을 산다는 것은 이제 단순히 비트코인을 간접 보유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비트코인 상승뿐 아니라, 주식 프리미엄 유지, 신규 투자자 유입, 배당 의무 충당이라는 다층의 가정을 동시에 믿어야 하는 투자다. 이 가정들이 흔들릴 경우, 구조는 취약해진다.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라는 발상은 분명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러나 값싼 자본과 과도한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금, 이 모델은 더 이상 시장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Strategy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순한 매수 공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투명한 배당 재원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일러 모델’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