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자산 데이터 기업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가족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초기 과열 이후 유의미한 거래량과 유동성 확보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밈코인부터 디파이 플랫폼, 스테이블코인까지 확장된 트럼프 가족의 암호화폐 제국은 화려한 홍보와 달리 실체 없는 자산 구조와 취약한 시장 반응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가족은 2024년 10월 디파이 프로젝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 출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그러나 WLFI 토큰의 사전 판매는 목표에 크게 미달했다. 100억 개 중 약 6억 5천만 개만 판매되며 1천만 달러가량의 자금만 유치됐고, 플랫폼 기능 대부분이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이후 2025년 1월 트럼프는 두 번째 취임 직전 밈코인인 '트럼프 코인'(Trump Coin)을 띄우며 다시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밈코인은 초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주요 거래소가 상장을 예고하며 가격은 일시적으로 72달러까지 상승했고, 취임 주말 동안 거래량은 15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가격과 거래량은 급락했고, 현재 일일 거래량은 10억 달러 미만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트럼프 코인은 도입 초기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켰으나 이후 지속 가능한 수요를 창출하는 데 실패했으며, 시장 중심성 자체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2025년 8월엔 WLFI 토큰이 중앙화 거래소 상장을 통해 잠금 해제됐지만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상장 이후 몇몇 유동성 공급자들이 초기 시장에 진입했으나 유지되지는 않았다. 특히 10월 10일 발생한 매도 압박 당시, 거래량은 급증했음에도 유동성은 심각하게 고갈됐다. 이는 다수의 자산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WLFI의 경우 시장 조성자의 유입 부족으로 인해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한편, 트럼프 암호화폐 포트폴리오 가운데 유일하게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 자산은 스테이블코인 USD1이다. 카이코 리서치는, 팬케이크스왑(PancakeSwap)에 이어 거래소 불리시(Bullish) 상장 이후 USD1의 거래량이 증가했으며, 현재 전체 시장 유동성의 약 60%가 이곳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다만, USDC, USDT 등 경쟁 스테이블코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낮다.
전체적으로 볼 때, 트럼프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은 비유동성과 내실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밈코인은 단기적 가격 상승 이후 급락했고, WLFI는 유통 범위와 수요 확대 모두에서 실망스러운 성과를 보였다. 시장 조성자와 거래소들의 적극적 참여가 부족한 가운데, 대부분의 자산들은 낮은 거래 깊이와 한정된 유통 구조, 내재 가치 부족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거래량과 유동성이 안정화되려면 제품 완성도, 시장 통합, 기관급 시장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제국’이라 불리고 있는 트럼프 암호화폐 트렌드는 실상은 매우 제한적이고 휘발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리서치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들이 자산의 지속가능성과 유기적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