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AI Agent)가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 진화하면서 자율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이 활짝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감독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거래하는 이 새로운 생태계가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신뢰’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 탈루스(Talus)가 이 과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며, 디지털 노동에서 자율 경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기반을 조명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명령을 이행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에이전트가 인간 개입 없이 다른 에이전트 또는 사용자와 직접 거래하고 협업하는 구조, 즉 ‘디지털 자율 경제’라는 개념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인간 사회처럼 계약과 규칙, 가치 교환 시스템이 없이는 이러한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에이전트는 중앙화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의사결정은 블랙박스로 남아 있어 투명성과 검증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탈루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타이거리서치가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탈루스는 에이전트들이 신뢰 기반으로 협업하고 가치 교환을 수행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 탈루스 네트워크는 신원, 권한, 워크플로우 상태 등 각종 신뢰 데이터를 온체인에 기록하며, 병렬성에 강한 수이(Sui)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트랜잭션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데이터 저장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 미스틴 랩스(Mysten Labs)의 탈중앙화 스토리지 월루스(Walrus)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에이전트의 메타데이터나 대화 기록, 작업 이력 등의 대용량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핵심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집중시켜 신뢰를 유지한다. 복잡한 연산은 오프체인에서 처리하고, 그 결과만을 블록체인에서 검증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도 특징이다. 리더 네트워크(Leader Network)가 온체인과 오프체인을 연결해 속도와 신뢰성 간 균형을 확보한다.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의 설계와 배포에는 ‘넥서스(Nexus)’라는 프레임워크가 사용된다. 넥서스를 통해 개발자는 Python 환경에서 온체인 에이전트를 구성할 수 있으며, 표준화된 ‘넥서스 온체인 패키지(NOP)’와 ‘탈루스 에이전트 패키지(TAP)’ 시스템이 각각 인터페이스 정의와 스마트 컨트랙트 배포를 담당한다. 에이전트들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게 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기술 인프라는 결국 실제 사용 사례를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탈루스는 이를 위해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첫째는 개발자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탈루스 툴과 에이전트를 공유하고 수익화하는 구조다. 에이전트나 툴이 실행될 때마다 탈루스의 토큰 $US로 사용료가 지급되며, 이는 생태계의 확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이끈다. 둘째는 일반 사용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트위터 기반의 AI 챗봇 플랫폼 ‘아이돌닷펀(Idol.fun)’이다. 사용자는 코딩 지식 없이 자신의 에이전트를 제작하고, 이를 브랜드와 연결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 에이전트는 워크플로우의 일부가 아닌 자체적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 기능한다. 또 하나의 유망한 실험은 ‘AvA 마켓’으로, 에이전트 간 또는 사용자와의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게임 참가자, 관전자, 예측 베터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탈루스 생태계에 편입되며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처럼 탈루스는 기술 인프라 확립에서 개발자 도구, 대중 앱까지 아우르며 에이전트 기반 디지털 경제 전환의 실질적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특히 이 생태계의 진화가 결국 '제로 빌리언 달러 마켓(Zero Billion Dollar Market)'이라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탈루스가 주도하는 자율 디지털 경제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인간의 노동 방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메커니즘 전체를 재정의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인터넷이 정보 전송, 클라우드가 컴퓨팅 자원 제공, 모바일이 접근성을 혁신했듯, 탈루스는 디지털 노동의 신뢰 인프라를 통해 에이전트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규제와 기술 한계,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타이거리서치가 밝힌 대로, 탈루스가 그려가는 청사진은 자율 디지털 경제가 미래 경제 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