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구루’로 알려진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기술주에 비교적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버핏이 방침을 바꾸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가 시사하는 바에 주목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1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보유 주식 현황 보고서(Form 13F)를 통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알파벳 주식을 총 43억 3천만 달러(한화 약 6조 3천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 종목 중에서도 상당 규모에 해당하는 투자이며, 사실상 알파벳에 대한 전략적 신뢰를 드러낸 조치로 해석된다.

워런 버핏은 그간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전통 산업이나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 위주로 투자해왔다. 애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술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번 알파벳 매입은 기존 입장과 상반되는 행보다. 특히 알파벳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기술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가운데 있어, 이번 투자는 기술 산업 내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지 버핏 개인의 판단만은 아닐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버크셔 내부에서 일부 기술주 투자를 이끌어온 건 직접 투자 책임자인 토드 콤스와 테드 웨실러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2019년에도 버크셔의 아마존 지분 투자에 앞장선 바 있다. 즉, 여러 차례 지나간 기술 기업 투자 기회를 뒤늦게 보완하려는 의지가 작용했을 수 있다.

과거 버크셔 수뇌부가 구글 투자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한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故) 찰리 멍거 전 부회장은 2017년 주주총회에서 “기술주 분야에서 가장 큰 실수는 구글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했고, 버핏 역시 “구글에 대해 충분히 질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한편, 버크셔는 이번 분기 동안 애플 주식 일부를 매도하기도 했다. 약 15%가량 보유 지분을 줄였지만, 여전히 투자 비중 1위 종목 자리는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애플 보유 지분의 평가 가치는 607억 달러(약 8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런 버핏은 지난 5월 은퇴 계획을 밝힌 상태로, 향후 버크셔는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이끌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 행보는 기술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회복과 함께, 보수적 가치투자 전략으로 대표됐던 버크셔마저 기술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는 흐름을 시사한다. 특히 구글을 포함한 빅테크 주도 성장이 지속될 경우, 보수적 투자자층까지도 점차 기술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가속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