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로운 앱 플랫폼 참여자에게 적용하는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논란이 돼온 인앱 결제 수수료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수수료 인하 조치는 개발자들과 정책 당국의 압박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지시간 11월 13일, 애플은 자사의 ‘미니 앱 동반자 프로그램’에 가입한 개발자를 대상으로, 인앱 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앱스토어 외부에서 활용되는 경량 애플리케이션, 즉 ‘미니 앱(Mini App)’을 중심으로 한다. 미니 앱은 별도의 설치 절차 없이 기존 앱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소규모 기능 앱으로, 단순한 게임이나 생활편의 기능을 제공해 점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인하 조치는 애플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수수료 독점’과 관련해 수년째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을 도입해, 애플을 포함한 소위 ‘게이트키퍼’ 기업에 대해 외부 결제 수단 허용, 앱스토어 독점 완화 등을 강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게임업체 에픽게임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앱스토어 외부 결제를 막을 수 없다고 판결하며 애플의 정책 변화 압력을 가중시켜 왔다.
애플이 미니 앱에 대해 별도 수수료 체계를 마련한 것은 주요 시장 정부의 규제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자사 앱스토어 생태계의 통제를 유지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미니 앱은 기존 앱 개발사와 무관한 외부 업체가 제작해야 하고, 이용자 연령에 따라 콘텐츠 접근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의 텐센트(위챗 운영사)는 이미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애플은 여전히 앱스토어 외부 결제를 둘러싼 규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외부 결제가 사용자를 사기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규제가 소비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최근 분석기관인 ‘애널리시스 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규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애플은 개발자 사회의 불만을 일부 완화하면서도 규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도 앱 마켓을 둘러싼 경쟁과 규제의 긴장관계 속에서, 애플의 추가적인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특히 글로벌 IT 기업 전반의 플랫폼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