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는 김형중 교수와 함께 대형 기획 연재「한국 암호화폐 개척자들(Korean Crypto Frontiers: The Untold Stories)」을 시작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 암호화폐 산업의 뿌리를 복원하고, 기록되지 않았던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며, 본 기사에는 스토리의 일부만 실립니다. 전체 내용은 frontier.tokenpost.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비트코인코리아는 원래 비트코인만 팔다가 라이트코인도 추가했다. 2012년에는 비트코인(BTC) 말고도 라이트코인(LTC), 네임코인(NMC), 리플(XRP) 같은 코인이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비트코인도 모르는데 다른 코인이야 두말할 나위 없었다. 게다가 로저 버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였기 때문에 이흥직에게 다른 코인 판매를 권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흥직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비트코인코리아에서 팔았다. 그 비트코인은 로저 버가 이흥직에게 거저 준 것이었다. 비트코인코리아 개업 후 초기에는 거래가 뜸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재고가 바닥 났다. 다음에는 이흥직이 로저 버의 비트코인을 조금씩 사서 한국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런데 곧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가 로저 버의 비트코인을 계속 살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에는 이흥직이 마운트곡스에서 비트코인을 샀다. 이때부터 이흥직도 마운트곡스의 주요 고객이 되었다. 그런데 마운트곡스의 계좌는 소위 말하는 벌집계좌 같은 거였다. 미국에서는 벌집계좌를 옴니버스 계좌(omnibus account)라고 불렀다. 이흥직이 마운트곡스의 법인계좌로 입금하면 그 거래소에서 입금 내역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고객이 이흥직 혼자였다면 그거야 바로 확인이 가능할 거다. 그런데 고객이 많을 경우 누가 얼마를 입금했는지 확인하는 게 번거로웠다.

로저 버가 비트인스턴트에 투자한 게 성공적이었던 건 이처럼 입금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거래소들은 입금 확인 시간을 단축하려면 일종의 에스크로(escrow) 시스템 같은 게 필요했다. 마침 그때 그런 서비스를 제공한 게 비트인스턴트(BitInstant)였다. 마운트곡스와 비트스탬프는 비트인스턴트의 중요한 고객이었다. 나중에 코인베이스도 편리한 법정통화 입금 시스템을 갖추자 그게 사업에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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