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창업자들은 기술적 전환뿐 아니라 조직 문화와 일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효율성과 자동화가 중심이 된 이 새로운 시대에, 창업자들은 왼쪽과 오른쪽 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운영 체계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인간 중심의 문화적 재설계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커서(Cursor), 러버블(Lovable), 머코(Mercor)와 같이 적은 인력으로도 폭발적인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AMZN)과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AI와 자동화를 언급하며 기술 변화의 실질적인 압박을 시사했다. AI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단순한 생산성 개선이 아닌, 기업 문화 전반을 재정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AI가 업무의 본질을 재편하면서 리더십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제품 속도와 자동화를 중시하는 사모펀드형 구조조정 방식이 농담처럼 인용되는 현실은, 창업자 자신도 더 이상 변화를 비껴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레버리지’라는 개념은 과거보다 훨씬 비선형적으로 작동하며, 일부 인재가 다수보다 훨씬 많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하급수적 비대칭’이 조직 내 균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가장 간과되기 쉬운 부분은 바로 ‘문화’다. 현재 대부분의 AI 전환 논의는 도구, 워크플로우, 효율성 등 이성적인 요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조직의 진짜 운영체계인 문화는 뒤로 밀려나 있다. AI가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서 팀 간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기계와 사람이 협력하는 시대에 인간의 기여와 창의성은 어떻게 인정받아야 하는지 등은 아직 정답이 없다.
더욱이 이 질문들은 단순한 HR 이슈가 아니라, 조직의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과제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런 문화적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AI 시대의 창업자 딜레마는 기술이 아닌 문화 속에 숨겨진 위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왼쪽 뇌가 주도하는 효율 중심 사회에서, 오른쪽 뇌가 강조하는 감정, 의미, 소속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코드가 아니라 사람, 그것도 조직을 하나로 흡수하게 만드는 문화에서 나온다. 창업자들이 이 두 세계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