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사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최근 발표한 리서치를 통해 전통 금융(TradFi)과 암호화폐 생태계의 융합을 둘러싼 핵심 기술인 자산 토큰화(Tokenization)와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가치를 심층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두 기술이 기존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비효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또한 왜 기술보다 규제가 이들의 발전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은 중앙예탁기관, 중개 증권사, 수탁은행 등 다단계적 중개 구조를 중심으로 작동된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실질적인 소유권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거래는 미국 DTCC 등 중앙 기관의 내부 장부를 통해 기록된다. 멕시벤처스 리서치에 따르면, 이러한 중앙 집중 시스템은 반복적이고 중복된 검수 과정을 야기해 구조적 비효율성을 낳고 있으나,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 구조를 혁신할 수단으로 주목받는 자산 토큰화는, 표면적으로는 혁신을 상징하지만, 현재의 형태는 단지 또 하나의 ‘래핑(Wrapping)’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물 자산 위에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을 얹는 현행 방식은 기존 중개 구조를 제거하기보다는 블록체인을 추가 중개자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래핑과 언래핑 반복 과정이 비용과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토큰과 실물 자산 간 법적 연계 부족이라는 핵심적 제약을 동반한다.
이러한 점에서 진정한 발전은 ‘네이티브 토큰화’에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자산이 처음부터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고 정산되는 구조야말로 중개인 제거, 법적 명확성, 효율성 확보라는 혁신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방식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규제 당국의 허가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멕시벤처스는 이 대목에서 기술적 제한보다 법적 허들이 더 크다는 현실을 강조했다.
토큰화 지지자들이 강조하는 24시간 거래, 글로벌 유동성, 즉시 결제 등 장점 또한 법적 제약 앞에서는 무력하다. 국가 간 자본 흐름 제한, 외국인 투자 규제, 주식에 대한 지역별 수탁 규정 등은 자산이 디지털화되더라도 적용되며, 이는 금융 혁신의 보편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VIE(가변이익실체) 구조와 같은 규제 회피형 모델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을 또 다른 통화 창출 메커니즘의 변곡점으로 분석했다. 테더(USDT), USD코인(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국채를 매입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민간 시장에 유동성을 이중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새로운 유형의 화폐정책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는 미 연준이 스테이블코인에 마스터 계좌를 쉽게 열어주지 않는 본질적 이유가 된다. 안전하고 즉각적인 디지털 달러가 민간 시장에 자리 잡으면 은행의 대출 기능이 위축되고, 국가 경제의 신용 창출 능력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고 리서치는 결론지었다. 단순히 기존 자산을 포장한 디지털형태가 아닌, 법적으로 직접 온체인 발행이 허용되는 시대가 도래해야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핵심 질문은 기술적으로 가능 여부가 아니라, 관련 정책과 법률이 이를 얼마만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으로 귀결된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제도적 충돌과 기술적 가능성 사이에서, 새로운 금융 질서의 추진력이 다름 아닌 ‘정책’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네이티브 자산 발행과 정산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순간이야말로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가 진정으로 교차하는 시기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