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예측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지금의 시장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현재의 예측 시장이 단기적인 암호화폐 가격 등락이나 자극적인 스포츠 승패에 집중하는, 이른바 '코포슬롭(Corposlop, 기업이 만들어낸 저질 콘텐츠)'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하다. 예측 시장은 '도박'에서 '헤징'으로 축을 옮겨야 한다. 더 나아가 그는 "예측 시장이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급진적인 화두를 던졌다.
Recently I have been starting to worry about the state of prediction markets, in their current form. They have achieved a certain level of success: market volume is high enough to make meaningful bets and have a full-time job as a trader, and they often prove useful as a…
— vitalik.eth (@VitalikButerin) February 14, 2026
화폐의 종말, 그리고 '맞춤형 리스크 방어'의 시작
비탈릭의 논리는 이렇다. 우리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 혹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구매력의 안정'을 위해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나 환율 변동 앞에서 법정화폐는 완벽한 방어막이 되지 못한다.
비탈릭은 여기서 "화폐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리자"고 제안한다. 대신 개개인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AI(거대언어모델)가 그 사람의 미래 지출(식비, 주거비, 서비스 이용료 등)을 헷징할 수 있는 '예측 시장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바이오 기업의 주주라면, 해당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펼칠 정당의 당선 가능성에 배팅한다. 정당이 당선되면 주식은 떨어지겠지만 배팅 수익으로 손실을 상쇄(Hedge)한다. 이것이 확장되면, 우리는 '돈'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지탱하는 비용 그 자체'와 연동된 자산 바구니를 들고 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가치 보존'이다.
이분법적 베팅을 넘어 '연속적 가치 평가'로
이러한 비탈릭의 구상은 앞서 언급했던 스포츠 선수의 '가치 평가 모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지금의 스포츠 베팅이 "오늘 밤 골을 넣을까?"라는 이분법적 결과(Binary Bets)에 집착한다면, 미래의 시장은 선수의 폼, 부상 위험, 성장 궤적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연속적 가치 평가 인프라(Continuous performance valuation infrastructure)'로 진화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누가 이기는지를 맞추는 게임이 아니다.
- 구단은 선수의 부상 리스크를 헷징하기 위해 시장을 이용하고,
- 스폰서는 검증된 퍼포먼스 데이터에 기반해 자금을 집행하며,
- 개인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산다.
비탈릭이 말하는 '법정화폐의 대체'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자산은 더 이상 정적인 숫자에 머물지 않고, 내 삶의 리스크와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살아있는 방패가 되어야 한다.
도파민을 넘어 인프라로
예측 시장 플랫폼 '미리어드(Myriad)'의 CEO 록슬리 페르난데스의 말처럼, 예측 시장이 리스크 감소와 경제적 안정을 위한 도구가 될 때, 그것은 비로소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정보 인프라(Information Infrastructure)'가 된다.
비탈릭 부테린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단순히 홀짝 게임을 하고 싶은가, 아니면 불확실한 미래로부터 당신의 삶을 보호하고 싶은가? 예측 시장의 다음 혁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