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나 ‘내일’을 알고 싶어했다. 점성술과 주역, 타로와 사주팔자는 모두 불확실한 미래를 숫자와 별자리로 번역하려는 시도였다. 그 욕망은 시대를 넘어 디지털로 옮겨갔다.
오늘날 한국 앱스토어 상위권에는 여전히 ‘사주’와 ‘운세’ 앱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포스텔러(Forceteller)는 전 세계 860만 명 이상이 이용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00만 명을 넘는다. 운세는 더 이상 미신이 아니다. 알고리즘과 통계, 그리고 클릭 수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데이터 산업이 됐다.
이제 미래를 점치는 것은 점쟁이가 아니라 시장이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탈중앙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 최대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전통 금융의 상징이자 규범이던 ICE가 탈중앙화 시장에 직접 자본을 투입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선 신호다. ‘예언의 금융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예측시장은 간단한 구조를 가진다. 사람들은 실제 사건, 예컨대 대선 결과나 물가 상승률, 전쟁 가능성 같은 현실 이슈에 돈을 건다. 각 결과의 가격은 곧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믿음’이 곧 ‘가격’이 되는 시장이다. 이런 구조에서 거래는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실시간 정보 압축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여론조사는 과거를 묻지만, 시장은 미래를 산다”고.
ICE의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데이터가 알파(Alpha)가 되기 때문이다. 예측시장의 가격은 실시간 여론이며, 기존 설문조사보다 빠르고, 트위터보다 정직한 정보 신호다. 둘째, 규제가 명확해졌다. 폴리마켓은 2025년 9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합법적 인프라가 구축되자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셋째, 디파이(DeFi) 인프라의 조합성과 유동성이 뒷받침되면서, 이제 ‘예상치’ 자체가 하나의 금융자산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로써 예측시장은 ‘정보의 금융화’이자 ‘집단지성의 자산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뉴스보다 먼저 움직이는 시장, 여론보다 더 정확한 확률. 기업은 시장의 예측치를 통해 위험을 헤지하고, 정부는 가격 변화를 여론의 신호로 읽는다. 정보가 자산이 되고, 예측이 헤지가 되는 구조다.
흥미롭게도, 중국어권에서는 예측시장이 여전히 공백 상태다. 규제의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첫 번째 합법적 예측시장이 등장한다면, 그 파급력은 암호화폐의 초창기 폭발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의 가격’이 공식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한다면, 그 시장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결국 예측시장은 단순한 도박이 아니다.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가’를 사고파는 가장 정제된 형태의 금융이다. 점괘 대신 확률을, 사주 대신 포지션을 선택하는 시대. 예언은 이제 주식이 되었고, 믿음은 유동성이 되었다.
미래를 거래하라 — 예언이 자산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