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월요일 오전, 암호화폐 시장이 일제히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4.61% 빠진 64,773달러(약 9,350만 원), 이더리움은 5.54% 내린 1,862달러를 기록했다. 솔라나는 하루 만에 8.57% 급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XRP(-5.76%), BNB(-5.89%), 도지코인(-4.86%)까지 주요 알트코인이 줄줄이 밀렸다. 트론(-0.44%)만이 유일하게 방어에 성공했다.
단순히 "또 빠졌네"로 넘기기엔 이번 하락의 내부 구조가 심상치 않다.
파생상품 거래량 폭증 — 강제 청산의 흔적
가장 눈에 띄는 데이터는 파생상품 거래량이다. 이날 파생상품 24시간 거래량은 644억 달러로, 전일 대비 무려 45.17% 급증했다. 통상 파생상품 거래량이 갑자기 치솟는 것은 자발적인 매수·매도 증가가 아니라 강제 청산(Forced Liquidation)이 발생했다는 신호다.
실제로 이날 "1시간 새 롱 포지션 2억 달러 강제 청산"이라는 뉴스가 동시에 나왔다. 주말 내내 쌓였던 레버리지 롱(상승 베팅) 포지션들이 월요일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가격이 내리면 레버리지 포지션이 자동 청산되고, 그 청산이 다시 추가 매도 압력을 만들어 가격을 더 밀어내리는 악순환 — 이른바 '청산 폭포(Liquidation Cascade)'가 이날 오전에 발생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급감 — 돈이 크립토를 떠나고 있다
또 하나의 경고 신호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의 30.14% 급감이다. 얼핏 보면 무관해 보이지만, 이 숫자의 의미는 깊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팔면 그 자금을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긴다. "잠시 피신"하는 것이다. 이때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거래량마저 줄었다는 건, 자금이 크립토 생태계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현금화해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을 이탈하는 자금, 즉 진짜 엑싯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탈릭의 ETH 매도, 심리적 타격
기술적 요인 외에도 심리적 악재가 겹쳤다. 이날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하루 만에 1,716 ETH를 추가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정된 물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 것으로, 이더리움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재료가 됐다. 이더리움이 이날 5.54%로 비트코인보다 더 크게 빠진 배경이다.
왜 하필 월요일 아침인가
이번 하락의 타이밍에도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크립토 시장은 24시간 365일 열려 있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주말에 실질적인 대형 거래를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주말 동안 내린 포트폴리오 조정 결정들이 월요일 장이 열리는 순간 일제히 집행되는 것이다. 주말의 얇은 유동성 때문에 억눌려 있던 매도 압력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낙폭이 커진다.
서울 기준 오전 9시는 미국 주말이 갓 끝나고 아시아 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시간대다. 주말 동안 쌓인 나쁜 심리가 아시아에서 먼저 표출되고, 이후 유럽과 미국 시장이 차례로 열리면서 낙폭이 이어지는 구조다.
시장 전체 그림 — 크립토 윈터의 한복판
이날 하락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 2,276억 달러(약 3,215조 원)로, 2025년 10월 고점 대비 거의 절반 수준이다. 비트코인 점유율은 58.10%로 여전히 높지만 이마저도 조금씩 빠지고 있고, 이더리움 점유율도 10.09%로 하락세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수 주째 순유출 중이고,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사들이던 2025년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금은 올해만 17% 이상 급등한 반면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50% 가까이 빠졌다. '디지털 금' 서사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 시장이 말하는 것
오늘 시세 데이터를 종합하면 시장은 세 가지를 말하고 있다. 레버리지 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자금이 생태계를 떠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월요일 개장 직후라는 구조적 취약 시간대가 이를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솔라나의 8% 이상 급락에서 보이듯 알트코인일수록 낙폭이 더 크다는 점도 하락장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단기 반등 여부는 이번 주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25일)과 미국 소비자신뢰지수(24일) 등 거시 데이터에 달려 있다. 현재 크립토 시장은 자체적인 동력보다 전통 금융 시장의 분위기에 더 크게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