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핵심 결제 시스템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마스터 계좌(Master Account)'를 획득했다. 암호화폐 기업이 연준 마스터 계좌를 승인받은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로,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결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준 마스터 계좌란?
연준 마스터 계좌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운영하는 핵심 결제 네트워크 '페드와이어(Fedwire)'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계좌다. 페드와이어는 하루에 수조 달러 규모의 은행 간 자금 이체를 처리하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기업들은 달러를 주고받기 위해 반드시 파트너 은행을 거쳐야 했다. 마스터 계좌를 확보하면 이 중간 과정을 없애고 기존 은행·신용조합과 동일한 결제망을 직접 이용할 수 있다.
크라켄, 무엇이 달라지나
코인데스크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라켄의 금융 자회사 크라켄 파이낸셜(Kraken Financial)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심사를 거쳐 이번 승인을 받았다.
크라켄은 이번 승인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 직접 결제 정산 — 파트너 은행 없이 자체적으로 달러 결제 처리 가능
- 속도 향상 — 대형 기관 고객 및 전문 트레이더의 입출금 처리 속도 개선
- 운영 효율화 — 중간 단계 제거로 거래 비용 및 절차 간소화
다만 이번 승인에는 제한이 있다. 크라켄은 일반 은행처럼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를 받거나 연준의 긴급 대출(할인창구)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격적인 상업은행 기능 전체가 허용된 것은 아닌 셈이다.

"디지털 자산 역사의 분수령"
친(親)암호화폐 성향으로 알려진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은 이번 승인을 두고 "디지털 자산 역사의 분수령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크라켄은 2011년 설립된 미국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로, 와이오밍주의 암호화폐 특화 은행 인가를 기반으로 크라켄 파이낸셜을 운영하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 연준 '슬림 마스터 계좌' 구체화
암호화폐 전문 저널리스트 엘리너 테렛(Eleanor Terrett)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크라켄의 마스터 계좌 승인이 연준이 추진 중인 '슬림 마스터 계좌(Skinny Master Account)' 제도의 파일럿 프로그램 성격이라고 전했다.
슬림 마스터 계좌 제도는 연준 이사 크리스 월러(Chris Waller)가 제안한 것으로, 올해 말까지 공식화될 예정이다. 이 제도 하에서는 암호화폐 기업도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에서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고 거래를 정산할 수 있지만, 대출 기능이나 할인창구 접근, 상업은행 영업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은행권은 이 제도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행연합(ABA)은 많은 신청 기업들이 장기적인 감독 이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안전성과 건전성 기준이 신청자별로 일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크라켄만이 아니다… 업계 전반으로 확산 조짐
이번 크라켄 승인 외에도 리플(Ripple), 앤커리지(Anchorage), 암호화폐 친화적 커스토디아 은행(Custodia Bank) 등이 연준 마스터 계좌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커스토디아는 크라켄과 비슷한 시기에 신청했고, 리플은 지난해 신청을 완료했다.
연준 외의 다른 금융 감독기관들도 암호화폐 업계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리플, 크립토닷컴(Crypto.com), 서클(Circle), 팩소스(Paxos)에 대해 국가 신탁 인가를 조건부 승인했으며, 트러스트뱅크(Trust Bank)의 서비스 범위도 확대했다. 연준 이사 미셸 바우먼(Michelle Bowman)도 최근 다른 금융 감독기관들과 협력해 GENIUS 법안을 이행하고, 은행 시스템이 암호화폐 활동을 잘 지원할 수 있도록 디지털 자산 취급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켄, IPO 향해 달린다
한편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Payward)는 기업공개(IPO) 준비와 함께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토큰 관리 플랫폼 마그나(Magna)를 인수했으며, 작년에는 미국 선물 거래 플랫폼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15억 달러(약 2조 원)에, 파생상품 거래소 스몰 익스체인지(Small Exchange)를 1억 달러에 인수했다. 토큰화 분야에도 진출해 토큰화 주식 전문업체 백드 파이낸스(Backed Finance)를 인수하기도 했다.
제미나이(Gemini), 코인베이스(Coinbase), 불리시(Bullish) 등 경쟁사들이 이미 상장을 마친 가운데, 크라켄의 IPO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