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이 사모대출에 의존해 커진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유로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고 2026년 5월 26일 경고했다. 인공지능 기업과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과정에서 은행 대신 사모대출이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는데, 기대 수익이 꺾이거나 투자 심리가 급랭하면 손실이 특정 시장에 그치지 않고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공개한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의 스트레스와 유로지역 금융안정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 사모대출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짚었다. 사모대출은 기관투자자 등의 자금을 모아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은행권 대출을 보완하는 통로로 활용돼 왔다. 다만 거래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 공개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시장이 흔들릴 때 실제 위험이 어느 정도 쌓였는지 신속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유럽중앙은행은 현재로선 유로존에서 사모대출 자체가 당장 금융안정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전체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고, 시장의 불투명성, 자금과 투자자산의 만기 차이에서 생기는 유동성 불일치, 일부 자산군에 대한 쏠림 현상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 심리가 갑자기 나빠질 경우 충격이 레버리지론, 하이일드 채권,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고 봤다. 레버리지론은 신용위험이 큰 차입자에게 나가는 대출이고, 하이일드 채권은 상대적으로 금리는 높지만 부도 위험도 큰 채권을 뜻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사모대출 위기가 현실화하면 유로존 연기금은 전체 자산의 5~6% 수준의 손실을 입고, 보험사도 자산의 약 4%에 달하는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시중은행의 손실은 총자본의 최대 1.3%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중앙은행은 은행들이 사모대출 펀드에 제공한 자금이 주로 선순위 채권 형태여서 손실 흡수 순서상 비교적 앞서 있고, 전체 익스포저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고는 인공지능 산업의 확장 자체보다, 그 성장세를 떠받친 자금조달 구조를 더 면밀히 봐야 한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유럽중앙은행은 사모대출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만성적인 정보 부족 문제를 줄이고, 감독당국과 시장 참여자 사이의 데이터 수집·공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계속되더라도 자금 조달의 투명성과 유동성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비은행권발 금융불안이 새로운 위험 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