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인 과세, 유예 후 재설계하라"…5만3809명 청원 이끈 '불개미' 조상혁
"세금 안 내겠다는 게 아니다"…2027년 과세 앞두고 2년 추가 유예 촉구
- 국민청원 5만3809명 동의·국회 회부…트럭 시위부터 1인 시위까지 직접 나서
- 투자자 약 510명, 후원금 5000만원 모아…"세율보다 손익통산·손실 이월공제·납세 인프라가 문제"
- "한국은 개인 투자자는 강하지만 산업의 허리가 없다…규제보다 제도와 산업 육성 먼저"
국회의사당 앞에 트럭이 등장했다. 전광판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코인 과세 유예하라'고 적혀 있다. 국회 앞에서는 한 청년이 '유예 후 재설계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그 주인공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불개미'를 운영하는 조상혁 씨다. 2017년부터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과 소통해 온 그는 최근 2027년 시행 예정인 암호화폐 과세의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가 작성한 국민동의청원에는 5만3809명이 동의해 국회 소관위원회에 정식 회부됐다. 전국 주요 거점을 순회하는 트럭 시위와 1인 시위, 소셜미디어 캠페인도 이어지고 있다. 약 510명의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모은 후원금은 50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6일 토큰포스트 서울 본사에서 만난 조상혁 운영자는 이번 활동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그는 세율 자체보다 과세 체계의 불합리성과 일반 투자자들이 겪게 될 혼란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세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납세자가 이해하고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227만원으로 시작한 암호화폐 투자…10년 뒤 거리로 나서다
조 운영자가 암호화폐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말 대학생 시절이다. 계기는 뜻밖에도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먼저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227만원을 거래소에 입금해 리플(XRP)을 거래했다. 2주 만에 투자금이 1200만원으로 불어났지만, 불과 3일 만에 다시 300만원으로 줄었다.
"그때 깨달았어요. 이 시장이 정말 돈이 도는 시장이구나.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죠."
당시 광주에서 대학에 다니던 그는 서울과 지방 사이의 정보 격차를 절감했다. 투자 정보를 더 빨리 얻고 서로 공부할 방법을 고민하다 2017년 온라인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것이 오늘날 텔레그램 구독자 약 3만명 규모의 '불개미'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현재 그는 해외 웹3 프로젝트의 한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브릿지34(Bridge34)에서 일하며 투자자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약 10년간 시장을 지켜본 그가 직접 과세 유예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세법 구조나 제도 미비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중요한 문제죠. 하지만 제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평범한 직장인 투자자들입니다. 이분들은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현행 제도가 복잡한 거래 내역을 파악하고 소득을 계산하는 부담을 일반 투자자에게 크게 지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제도를 일반 국민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실제 시행되면 많은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1000만원 잃고 다음 해 복구해도 세금…이게 합리적인가"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소득은 2027년 1월 1일부터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과세 대상 소득에 소득세 20%,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조 운영자는 22%라는 숫자 자체보다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꼽은 것이 손실 이월공제다.
"예를 들어 올해 1000만원을 잃었다고 해보죠. 이듬해 열심히 투자해서 1000만원을 다시 벌었습니다. 이제 겨우 원금을 회복한 건데, 세법상으로는 그해 이익에서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세금을 매기게 됩니다."
과세 시행 이후 서로 다른 연도에 손실과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한 설명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같은 해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의 손익은 합산할 수 있지만, 이전 연도의 손실을 다음 연도에 이월해 공제하는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그는 다른 금융투자자산과의 손익통산 문제도 지적했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보다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세율과 공제 수준이 합리적일까.
"저는 22% 세율은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구조입니다."
그는 손실 이월공제와 다른 투자자산과의 손익통산을 포함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간 250만원인 기본공제 역시 과거 금융투자소득세에서 논의됐던 5000만원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건 특별대우가 아닙니다. 합리적으로 세금을 계산하고 납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 국민청원 5만3809명…투자자 510명이 5000만원 모았다
조 운영자는 온라인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직접 작성한 국민동의청원이 5만3809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데 이어, 10월 12일부터 트럭과 1인 시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트럭은 국회의사당과 정부세종청사, 상암 DMC 등 주요 거점을 순회하며 과세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을 중심으로 국회와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위 문구다.
'코인 과세 유예, 제발 살려주세요.'
조 운영자는 의도적으로 어려운 세법 용어 대신 투자자들의 절박함을 드러내는 문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암호화폐 시장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법 구조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이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먼저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시위 자금은 일반 투자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마련하고 있다. 조 운영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510명이 후원에 동참해 약 5000만원이 모였다.
소셜미디어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린 참가자 중 200명을 추첨해 각각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총 1000만원 규모다.
그는 정치권에도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과세 유예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여야 국회의원 11명에게 개인적으로 각각 100만원씩 정치후원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저희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세 유예에 찬성하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이번 운동은 단순한 온라인 캠페인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려는 시도다.
■ "2년 유예가 끝이 아니다…그동안 법을 다시 만들어야"
암호화폐 과세는 2020년 법제화된 이후 세 차례 시행이 연기됐다. 현행 일정은 2027년 1월이다.
또다시 유예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 운영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2년을 유예해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두 단계다.
첫해에는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과 관련 사업자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 둘째 해에는 손익 계산과 신고 체계를 포함해 실제로 과세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자산 관련 기본법 논의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볼 것인지, 다른 성격의 자산으로 볼 것인지부터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야 거래소의 법적 지위나 산업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방향도 정할 수 있습니다."
과세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실제 투자자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책을 논의하는 분들이 업비트나 빗썸에서 거래도 해보고,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도 직접 이용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실제 투자자 대표들을 정책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시장을 경험하지 않은 채 제도를 설계하면 투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세 유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더 높게 만들겠습니다."
■ "한국은 개인 투자자만 강하다…산업의 허리가 없다"
이날 인터뷰는 과세 문제를 넘어 한국 암호화폐 산업의 구조적 한계로 이어졌다.
조 운영자는 한국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개인 투자자와 거래소에 비해 전문 기업과 금융기관 등 산업의 중간층이 취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규모도 크고 거래소도 강력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있어야 할 기업과 전문가들이 너무 약합니다. 중간 허리가 없는 나라가 돼버린 것 같아요."
그는 규제 불확실성과 사업 환경의 제약 때문에 한국에서 성장해야 할 기업과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원래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야 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개발자와 사업가들이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됐습니다."
과세가 시행되면 이러한 흐름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거나 아예 시장을 떠나면 국내 거래소의 매출과 관련 산업의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과세로 늘어나는 세수뿐 아니라 투자활동 위축으로 줄어들 수 있는 산업 전체의 세수와 경제적 효과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거래소와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서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금을 내더라도 한국에서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안 되면 될 때까지…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조 운영자에게 이번 과세 유예 운동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4년에도 다른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트럭과 1인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혼자 나섰다. 주변에서는 정치적 부담과 실현 가능성을 이유로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생각이었다.
"저는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 됐다면 아직 안 된 겁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되는 거죠."
그가 지난 10년간 암호화폐 시장에서 배운 교훈이기도 하다.
처음 227만원으로 시작한 투자, 수차례의 상승장과 하락장, 그리고 2017년부터 운영해 온 커뮤니티까지. 그는 결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와 경험이라고 말했다.
"누가 영어를 더 잘하고, 누가 트레이딩 감각이 좋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된 그의 작은 시위는 이제 5만명이 넘는 국민청원과 수백 명의 자발적 후원으로 이어졌다.
물론 과세 유예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움직임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세금을 걷을 것인가만큼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제대로 낼 수 있는 세금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 운영자가 국회 앞에서 들고 선 피켓에는 그 요구가 짧게 적혀 있다.
"코인 과세, 유예 후 재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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